1988년 서울올림픽 후 한소 정상회담, 2018년 평창올림픽 후 북미 정상회담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때 무산발표까지 있었던 정상회담이 마침내 성사돼 역사의 한 장을 기록했다.

한국 사람들이 남의 나라 대통령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하면서 내 나라 대통령에 대해서는 극심한 정파논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 성사에 이르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막대한 역할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날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다. 199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다. 분단국가인 한국의 대통령이 공산국가들의 맹주인 소련의 국가원수를 사상 처음 만난 자리였다.

이로부터 이어진 역사는 한국과 소련 수교, 그리고 한국과 중국 수교를 통한 북방외교의 완성이었다.

다른 민족 공산국가들하고만 관계가 증진된 것이 아니다. 노태우 정부 때는 남북 간에도 사상 처음으로 정부차원의 교류가 시작됐다. 강영훈 국무총리와 연형묵 북한 총리가 만났고 북한의 김달현 부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곳곳의 산업현장을 찾아다녔다. 남북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축구경기를 가졌다. 현정화·이분희 단일팀은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했고, 청소년 축구 단일팀은 아르헨티나를 제압하고 8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한 대북정책의 첫 걸음이 오늘날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소 정상회담이 열리기 2년 전인 1988년, 한국은 하계 올림픽을 개최했다. 앞서 두 차례 올림픽은 이념에 따른 반쪽대회로 열리는 큰 상처를 입었다. 1980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규탄하는 의미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했다. 한국도 불참했다.

1984년에는 소련 등 동구권 국가들이 대거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불참했다. 앞선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보복의 성격과 함께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강한 미국 회복정책에 대한 반발이 포함됐다.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1976년 이후 한데 모이지 못했던 세계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12년 만에 재회했다.

서울올림픽의 이런 성격은 그 후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으로 이어졌다.

올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역시 한국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직후 이뤄졌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분위기만 해도 이와 같은 한반도 정세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참석하면서 남북 고위층 대화가 시작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후 한국과 소련의 정상회담이 열렸고, 2018년 평창올림픽 후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국이 두 차례 올림픽을 개최할 때마다 민족사의 커다란 수난인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중대한 일들이 벌어졌다.

올림픽을 개최한 국가는 막대한 적자를 부담한다고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개최할 때마다 경제적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막대한 성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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