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축구협회 회장은 특정 재벌 출신이 연이어 맡아야 하는지"도 숙고해야

▲ 악수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과 신태용 축구감독.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의 축구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록 선수들의 마지막 투혼으로 세계 최강 독일을 꺾으면서 자존심은 다소 회복했을지 몰라도 그 전 두 경기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축구 대표 팀이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귀국하던 날 공항에서는 두 가지 모습이 연출됐다. 한쪽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다른 한편에선 계란 투척 사태가 벌어졌다. 독일을 꺾은 것은 환영할 만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축구계의 허물을 모두 덮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들은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한 선수들이 공항에 들어서기 전 일부 팬은 “정몽규 사퇴하라”를 외쳤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다. 귀국 환영장엔 엿도 등장했다고 한다. 누군가 16강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로 여겨진다.

이참에 해묵은 문제를 꺼내 따지고 싶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범 현대가인 정씨 일가가 오랫동안 이끌고 있다.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몽준 회장이 물러난 뒤에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필자도 한때 스포츠 신문에서 잠깐 체육부장을 맡은 적이 있다. 15년 전쯤의 일이다. 그때도 축구협회가 투명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제발 다음 번에는 정씨 일가와 친분이 거의 없는 사람이 회장을 맡았으면 하는 게 당시 필자의 생각이었다. 그래야 축구협회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여겼다.

특정 협회나 특정 집단이 변하려면 수장자리를 친분이 많은 사람에게 대물림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후임자가 전임자들의 잘한 것은 계승하되 잘못한 것은 과감히 쇄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이해 세력이 대물림 하듯 특정 집단의 수장자리를 이어갈 경우 전임자가 하던 방식을 얼마나 쇄신할 수 있을 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수장 자리를 투표 등 정당한 방식으로 선임한다고 해도 우리 축구계가 생각해야 할 바가 많은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얘기가 나온 김에 다음 번 축구협회 회장은 범 현대가의 정씨 일가 대신 다른 유능한 지도자가 맡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더 이상 특정 인맥이 축구협회를 계속 이끌게 하지 말고 새로운 개혁 세력이 축구계의 리더가 된다면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아니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마당에 현직 대한축구협회장 등이 당장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과감한 개혁, 그리고 살신성인 없이는 “쇄신도 요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마다 반복되는 투혼축구, 이제는 그만하자”는 최근 한 신문의 보도 내용이 유난히 와 닿는 요즘이다. "우리 축구계 지도부가 독일전 승리 뒤에 숨어선 안된다"는 일부 지적도 주목받는 요즘이다. 이럴 때 축구계 지도부는 쇄신안이라도 내놓든지, 아니면 다음 번엔 지도자 자리에 불출마 하겠다든지, 최소한의 뭔가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재계는 실적이 나쁘면 사장을 갈아치운다. 정치권도 그렇다. 축구산업을 책임지는 지도자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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