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상인정신, 불평 속에 손놓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최적을 구하는 것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마침내 미국이 340억 달러 규모 중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했던 340억 달러 규모에 대한 25% 관세가 6일 오후 1시(한국시간) 발효됐다.

중국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지만 먼저 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비슷한 규모의 보복관세를 미국산 제품에 부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태평양에는 수많은 미국 상선들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서둘러 중국에 수출하려는 미국 농산물을 싣고 있다. 콩을 비롯한 농산물은 중국의 보복 관세 부과가 유력한 품목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 부진은 이미 예상돼 왔다. 그런데 금융시장의 이런 예상을 밑도는 실적이 발표됐다. 삼성전자가 이날 밝힌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8000억 원이다. 시장의 예상은 15조2729억 원이었다.

한국 경제로서는 자신의 칼은 무뎌지고 상대의 방패는 단단해지는 상황이다.

이 시간 현재 콩을 가득 싣고 태평양을 가로지르고 있는 미국 상선들은 어려울 때를 대처하는 상인들의 정신을 보여준다. 자기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나 상대국가에 대한 불평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경제가 1960년대 낙후된 경제에서 오늘날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오는 반세기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헤쳐 왔다.

오래전 정치드라마 제4공화국의 21회는 ‘각하 큰일 났습니다’라는 에피소드다. 살벌한 정변의 시대를 다룬 드라마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 드라마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1995년에 방영된 드라마다.

그러나 아무리 독재자라도 심각한 경제 위기 때는 어떻게 국정에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김영삼 정권의 박정희 비판은 일시 보류됐다. 불행하게 물러난 박근혜 정권이 전혀 본받지 못한 박정희 정권의 면모이기도 하다.

1978년 이란 왕정을 타도하는 회교혁명이 발생하자 1979년 제2차 석유파동이 발생했다. 1973년의 제1차 파동보다 한국 경제에 주는 타격이 더욱 막대했다. 산업현장이 마비될 정도였다.

김정렴 대통령 비서실장이 들어와 ‘각하 큰일 났습니다’라고 보고를 할 때마다 국제유가가 올랐다. 하루 지나면 유가가 또 오를 것이 확실하니 산유국들은 아예 석유공급을 중단했다. 1차 석유파동 때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산유량을 줄인 것이지만, 2차 파동은 수급 상황에 따른 공급 축소였다. 2차 파동이 더 심각했던 이유다.

급하게 대체공급선을 찾은 것이 인도네시아다. 마침 인도네시아 정계에 깊은 인맥을 가진 교민기업가 최계월 회장의 맹활약으로 한 가닥 혈로를 뚫었다.

하지만 국내수요량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산업현장이 전면적으로 멈춰서는 일은 며칠이나마 늦출 수 있었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 하루 이틀이면 또 바닥날 것’이라는 식의 비관이 가득하고 ‘남의 나라 독재정권과 무슨 뒷거래냐’는 명분만 앞세워 아무 일도 안하고 있었다면, 무수한 공장은 그대로 멈춰 섰을 것이다.

최계월 회장이 인도네시아 정계 요로를 두루두루 만나서 어렵게 석유를 구했다는 보고를 받는 박 대통령에게 김정렴 실장은 또 다시 “각하 큰일 났습니다”고 말했다. 유가가 또 올라서 공급선이 더욱 틀어 막혔다.

체면이고 뭐고 최 회장을 다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최 회장을 다시 부르는 대통령의 체면, 한번 신세진 인도네시아 실력자들을 다시 찾아가는 최계월의 체면이 모두 말이 아니었지만 그 길 뿐이었다.

드라마 내용이 아닌 실제로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훗날 회고에서 “이 당시 최계월 회장이 나라를 세 번 구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급한 위기를 넘긴 한국 경제는 또 한 번 살아남아서 더욱 강해졌다.

어려운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옛말이 있다. 미국 중국의 무역 전쟁과 삼성의 부진 뿐만 아니다. 어쩐 일인지 미국 경제는 호조를 지속해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는 연속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국제 투자자금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시장에서 미국으로 돌려놓고 있다.

극단적 비관이나 근거 없는 낙관보다 매일같이 최적의 해답을 찾는 강인한 집중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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