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대 접고 안전자산 채권만 자금 몰리는 현상 정말 괜찮은가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로 유지한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의 기자회견에서는 한은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손발 묶인 상태의 고심이 담겼다. 금리를 올리자니 가뜩이나 국제 경제상황이 불안정해 국내 충격이 우려되고, 내리자니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가 부담이다.

어찌 보면 한은이 아무것도 해서는 안되는 이유만 설명하면 되는 시점으로도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3.0%에서 2.9%로 낮췄다. 이주열 총재는 올해 취업자 증가를 예년과 같은 30만 명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것은 이날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것과 달리 한은이 오히려 인하도 염두에 둬야할 요인이다.

이 총재는 또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무역 갈등에 대해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향방을 가늠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와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는 경계감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갈수록 확대되는 한미 금리격차는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만 될 요인이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올해 연말 2.25~2.50%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57.1%다. 양국 금리격차가 최소 0.75~1%포인트에 이르게 된다. 미국이 1%포인트 이자를 더 준다면 한국에 투자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한미 금리격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주식자금은 나가도 채권자금은 들어와서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식자금도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고 국내기업 실적전망도 양호하다고 보기 때문에 대규모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간 금리역전이 되고 그 역전 폭이 확대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금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자금은 순유입되고 있다. 이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기초경제여건이 건실한 점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주식자금의 빈자리를 채권자금으로 채우는 게 아무 문제 없느냐다.

한은 관계자는 이 발언에 대해 “한국의 채권이 신흥국에 비해 안전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말씀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은 고수익과 함께 고위험이 따라오는 금융자산이지만, 채권은 높은 안전성으로 인해 주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때 대체 투자수단의 역할을 한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낮아져 안전자산만 찾는 별로 바람직스럽지 못한 모습인 것이 분명하다. 다만 국가 신인도가 건재해 채권이 주식의 대안역할을 하는 점이 다행이다.

해당국가의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할 때도 채권자금은 증가한다. 금리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투자자금에 해당하는 얘기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채권시장의 주요 해외 투자기반은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등 만기까지 보유하는 투자자들이어서 금리하락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어떻든 주식자금이 이탈하는 것은 달갑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이익실현의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자금의 증가는 외국인 자금이 주식을 떠나더라도 한국시장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을 보여준다. 한반도 정세 완화에 따라 남북한 간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새로운 성장 동력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역 갈등이나 선진국 금리인상과 별도로 한국 자체의 성장요인에 대한 기대가 외국인 자금을 여전히 한국 시장 내에 머물게 한다는 것이다.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향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경제가 어떠한 성장 동력을 투자자들에 제시하느냐다”라고 강조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때는 그동안 유보됐던 금리격차의 여파가 한꺼번에 몰아치게 된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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