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미지급금 일괄지급 요구에 삼성 · 한화생명 난색
윤 원장 최후통첩...26일 삼성생명 이사회 결정 '촉각'

▲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본사. /사진=뉴시스, 한화생명 제공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사들이 '만기환급형(상속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즉시연금 분쟁이 제기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금감원이 다른 계약자에게도 미지급된 즉시연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통보하면서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생보사들은 지난해 '자살보험금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데 이어 최근 '즉시연금 미지급' 문제로 금감원과 또다시 갈등을 빚으면서 곤혹스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고강도 개혁을 추진 중인 금감원에 맞서 생보업계가 반기를 들기는 어려울 거란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즉시연금을 미지급한 생보사는 20개사로 총 건수는 16만건, 금액은 8000억~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중 삼성생명이 절반에 가까운 4300억원(5만5000건)으로 월등히 많았고 한화생명은 850억원(2만5000건), 교보생명은 700억원(1만5000건)으로 생보사 ‘빅3’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현재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과 관련해 생보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우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통보에 대해 내부논의를 거쳐 조만간 수용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 등 상당수 생보사들은 두 보험사의 대응상황을 지켜보며 입장을 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DB생명과 AIA생명 등 일부 중소 생보사들의 경우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지급 하겠다며 발빠른 대응에 나서 대조를 보였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 전액을 일시 납입하고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보험료 원금을 모두 돌려받는 상품이다.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즉시연금 미지급' 문제가 불거졌다.

분조위는 약관상 '연금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 고객에게 연금액과 이자를 모두 지급토록 했고 삼성생명도 이를 받아 들여 지난 2월 해당 민원인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했다.

금감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 3월 전 생보사에 미지급된 즉시연금을 모든 계약자에게 지급(일괄적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난달 20일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분쟁건에 대해서도 지급결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이 모든 즉시연금 계약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반발, 일괄지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이 마지막 경고"라며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생보사들은 금감원의 일괄지급 요구가 달갑지 않으면서도 대립구도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달 중 이사회(26일 예정)를 열어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며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화생명 측은 법률검토를 거쳐 다음달 10일까지 금감원에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나온 분조위의 조정은 법률사항이 이난 권고사항"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지급금 일괄지급에 대해 "올해 해당된 금액은 350억원이고 나머지는 10여년에 걸쳐 나눠 내면 되기 때문에 금액이 크진 않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관련해 일단 생보사들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분쟁조정1국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약관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며 "삼성생명이 다음 주 있을 이사회에서 다른 계약자들에도 동일하게 지급하겠다고 의결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지급거부 결정을 내린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생보업계는 삼성생명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나머지 생보사들의 운명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들은 2021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관련 자본확충 이슈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금융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종합검사 부활, 대출금리·수수료체계 개선, 내부통제 부실 경영진 엄중 제재 등 고강도 혁신안을 내건 마당에 생보사들이 즉시연금 문제로 금감원과 계속 대척점을 지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교보·한화생명은 지난해 자살보험금 늑장지급 문제로 국민적 지탄을 산 전례가 있어 즉시연금 일괄지급 문제를 놓고 고심이 클 것"이라며 "다만 일괄지급시 회사 손해가 큰 만큼 법적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해 삼성생명(1608억원)과 한화생명(1050억원)에 대해 기관경고를, 교보생명(1134억원)에 대해서는 1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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