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였던 가계빚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922조원을 기록했다. 다만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과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증가세는 1년째 둔화되는 추세다. 

 
2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2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석달전보다 10조9000억원 증가한 922조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868조4000억원)은 10조9000억원이 늘었지만 소비 지표인 판매신용(53조5000억원)은 1000억원이 줄었다. 
 
가계신용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카드사, 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를 의미하는 판매신용을 합한 것이다. 한은이 집계한 가계신용은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가계빚 규모를 나타낸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4분기 912조원으로 2002년부터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후 올해 1분기에 8000억원이 줄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다시 역대 최대치다. 
 
그나마 증가 속도가 둔화돼 '불행중 다행'.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로 따지면 가계신용은 지난해 2분기 9.1%로 최고치를 찍은 후 3분기(8.8%), 4분기(8.1%), 올해 1분기(7%), 2분기(5.6%)로 4분기째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재기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최근 주택시장이 부진한 데다 경기도 좋지 않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6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이 나오면서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감소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2금융권 대책이 나온 것도 증가세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금융기관별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4조8000억원 증가한 45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은 3조5000억원이 늘었고, 기타 대출은 3조3000억원 감소에서 1조8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이 차장은 "금융기관들이 순수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인 유동화 적격대출을 취급을 늘리면서 이를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한 데다 가정의 달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 이후 2금융권으로 몰렸던 '풍선효과'도 가라앉고 있다. 
 
6월 말 저축은행과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대비 10.3% 증가한 188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15.2%를 기록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3분기(14.3%), 4분기(13.4%), 올해 1분기(12%) 등으로 점차 누그러들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1분기 2000억원에서 2분기 4조원으로 증가 규모가 다소 커졌다. 통상 2분기에는 상호금융(2조3000억원)을 중심으로 농사 자금 대출이 몰린 데 따른 것이다. 새마을금고(1조3000억원)의 비중도 크지만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타 금융기관의 가계신용 잔액은 2조2000억원 증가한 22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우체국보험 등 보험사는 9000억원이 늘었고, 증권사와 자산유동화회사, 대부사업자 등 기타 금융중개회사의 대출은 8000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연기금은 연초에 대폭 대출을 실행한 이후 2분기에는 1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소비 지표인 판매신용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신용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소비가 부진해진 데 따른 것으로 잔액은 석 달 전보다 1000억원 감소한 5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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