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홍콩 H지수 ELS 남발, 스스로 위험 자초하고 소비자 피해 초비상

▲ 성일종 의원.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美-中 무역갈등 및 미국 통화당국의 금리인상 강행은 여러모로 신흥국을 위협한다. 미국 발 변동성 요인으로 인해 중국과 홍콩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고 한국도 위협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그 불똥이 금융기관들의 권유에 의해 금융상품 투자에 나선 한국의 고령자들에게 까지 튀고 있어 걱정이다.

최근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의 국회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자유한국당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은 “지금 미국과 중국의 여러 정치적인 여건, 경제적인 여건, 국제 통상 문제 등으로 인해 홍콩 H지수라든지 여러 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ELS가 홍콩 H지수에 기반을 두고 약 50조원 어치나 발행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많은 금융기관이 이 금융상품을 판매해 걱정된다”고 했다. 성 의원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이런 걱정스런 일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이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한 금융회사들 한테 어떤 조치를 했는지 말해 달라”고 했다. 성 의원은 “원금 보장 없이 판매된 이들 상품이 국가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성 의원의 지적이 맞다”고 했다. 윤 원장은 “성 의원이 말씀하신 대로 특히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피해 우려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저희들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분산을 유도하고 있고 상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하반기 중에 ELS 판매관련 투자자 보호제도 준수 여부에 대한 검사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성 의원의 지적대로 이 문제가 상당히 위험이 큰 상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유의하겠다고 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최근 은행 지점장을 지낸 한 금융인은 “강남권 일부 금융권 지점들에선 투자여력이 있는 고객들에게 위험한 금융상품을 판매했다가 손실을 입힌 경우가 많아 아무리 노력해도 지점을 노이즈 없이 이끌기가 어려운 실정 이었다”고 실토했다. 이 금융인은 “지금은 강남권 영업점을 떠나고 나니 후련하다”면서 “무책임한 금융상품 판매가 더는 이어져선 안 된다”고 했다.

파생금융 전문가인 이진혁 전 하나금융투자 부사장도 “최근 증권사들이 홍콩 H지수와 연계한 ELS를 너무 많이 발행해 전전긍긍 하는 곳이 많다”며 “각 금융사는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손실 문제로 큰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금융감독원장, 금융권 현장 지점장, 금융전문가 모두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심화로 인한 ELS 손실 우려를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형국이다.

최근 초이스경제도 이런 ELS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집중 보도한 바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홍콩 H지수 변동성으로 인해 한국 금융권이 휘청거린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금융회사들이 수익에만 눈이 멀어 위험한 투자에 몰입하고, 나아가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이들 상품을 무책임하게 팔아 대는 일이 지속된다면 한마디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국회의원, 금융감독원장, 금융권 현장 종사자, 금융전문가 모두 “지금 여건이 다급하고 위중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말대로 금융감독원이 지금이라도 발 빠른 대처에 나서 금융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근절하고 한국 금융의 위험한 상황도 진정시키면서 투자자 피해가 늘지 않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혁신 대책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면 금융회사와의 전쟁도 불사 하겠다”고 밝힌 만큼 ELS 대책을 서둘러 줄 것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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