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재벌 총수 만남 투명성 입증 위해 다른 발품도 많이 팔아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말 많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예정대로 만남을 가졌다. 건설적인 대화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연 부총리는 삼성과의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스마트 팩토리를 지원해 주는 것을 1~2차 협력사를 넘어 3차까지 확대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AI(인공지능), 5G, 바이오, 반도체 부분에 대한 미래 투자계획,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일자리 창출 의지 등을 이야기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청와대에서 비롯된 ‘구걸 논란’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채용 규모는 이날 밝히지 않았다고 뉴시스 등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삼성이 언제쯤 투자계획을 따로 발표할 것인지가 주목된다”는 보도도 내놨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김동연 부총리의 만남에 대한 네티즌의 공방도 거셌다. “재벌 때릴 때는 언제고 재벌한테 찾아가느냐”는 뉘앙스의 댓글도 많았다. “과거 정부들이 하던 방식을 현정부에서도 그대로 하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는 내용의 댓글도 여럿 등장했다. “그간 일자리 창출한다며 추경 편성 등 그 많은 돈을 쓰더니 이제는 재벌한테 찾아가느냐”는 내용의 댓글도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 대법원 재판 등 삼성관련 현안이 많은데, 지금 두 사람이 만나는 게 적절하냐”는 취지의 댓글도 나왔다. 아무튼 말 많은 만남이었던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 6일 오후 간담회를 마친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이재용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 즈음에 이 글을 쓰는 기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왕 만남이 이뤄진 것”, 그 결과가 순수하고 깨끗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한국 경제정책의 사령탑과 한국 최대 재벌 그룹 수장이 순수한 뜻에서 “한국 경제의 활성화 그 자체만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길” 기대해 본다. 나아가 삼성은 김동연 부총리와의 만남 자체와는 별개로 정부 눈치보지 말고 소신 있는 투자 계획 및 일자리 정책을 내놓고 싶을 때 내놓았으면 하는 주문도 하고 싶다.

김동연 부총리에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 기회에 새로운 건의도 해보고 싶다. 이번 만남이 “경제 현장 방문을 통한 경제 활성화 논의...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음”을 향후 여러 정책추진 과정에서 입증해 줬으면 하는 주문이 그것이다.

짐작컨대 지금 경제부총리 입장에서 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일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경제부총리 입장에서 보면 재벌을 만나 투자를 독려하고 경청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일부 국민이 우려하는 대로 경제 실정을 만회하기 위해 ‘재벌 팔 비틀기’라는 인상을 남기지 않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본다. 과거 정부때도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와 대기업의 만남은 여지없이 이뤄졌었다. 이번 만남과 관련해서도 그런 과거를 답습했다는 소리가 나온다면 ‘현정부도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김 부총리의 향후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부총리와 재벌 총수의 만남은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경제 활성화 노력 중 아주 일부분이 되도록 다른 활동도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해 본다. 김동연 부총리가 그간 SK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까지 만났지만 철저히 “현장 탐방” 중 하나로만 인식되도록 해야 다른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 부총리는 최근 ‘구걸 논란’과 관련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시 강조컨대 ‘구걸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또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재벌 총수 뿐 아니라 민생현장,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도 더 열심히 경청하며 우리 경제가 처한 문제점을 다방면에서 속속 파악하고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구걸 논란’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 부총리가 비록 최근 재벌 총수들을 릴레이 접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개혁" "재벌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개혁" "재벌 지배구조 개편" 등 본연의 개혁 과제는 흐트러짐 없이 추진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재벌과의 만남은 만남이고 정부가 국민 또는 우리 경제 전반 및 중소기업들을 위해 추진해야 할 정책은 한 발의 후퇴 없이 굳건히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여겨진다. 대기업도 만나고 중소기업도 만나고 소상공인도 만나면서 전방위 적인 ‘현장 목소리 경청’에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경제민주화’도 굳건히 추진한다면 김 부총리와 재벌 총수의 만남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떳떳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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