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실적부진 지속, '제로페이' 출현도 부담
금융당국, 카드론 마케팅 감축지시...수익다변화 미흡 지적도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카드사들이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고육책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의무수납제 폐지' 카드를 꺼낸 데 이어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까지 감축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업계반발이 커지는 모습이다.

카드사들은 디지털 전략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 중이지만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인 '제로페이' 등의 모바일 결제수단까지 출현을 예고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올해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의 누적순이익은 76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조1352억원) 대비 32.8% 감소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올해 2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이 2819억원으로 전년동기(6312억원) 대비 무려 55.3% 급감했다. 지난해 1분기 발생한 1회성 충당금환입 요인(약 2800억원) 소멸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카드는 전년동기(2135억원) 보다 9.0% 감소한 1934억원, 하나카드도 전년동기(751억원) 대비 31.3% 줄어든 516억원의 순익에 그쳤다.

반면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2분기 발생한 캠코 배드뱅크 채권매각 관련 일회성 요인(각각 370억원, 96억원)에 힘입어 소폭 실적이 늘었다. KB국민카드는 전년동기(1535억원) 대비 9.8% 늘어난 1686억원, 우리카드는 전년동기(619억원) 대비 9.2% 증가한 67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의 경우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카드사들의 실적감소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3분기부터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8월부터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이 확대되고 충당금적립 기준 강화로 대손비용까지 늘면서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순익(1조2268억원)은 전년대비 32.3% 급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포용적 금융'을 앞세워 서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혜택을 늘린 반면 카드사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밴(VAN)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일반 소액결제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지난달 말부터 평균 2.22%에서 2.00%로 인하됐다. 내년 1월부터는 영세·중소 카드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적용대상이 온라인으로 확대된다. 현재 연 매출 기준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0.8%,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3%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로페이', '서울페이', '소상공인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 수단의 연내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소상공인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소득공제 40% 제공 등의 유인책도 내건 상태다. '제로페이'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모바일 결제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드사들로서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최저 0.8% 수준에 불과하고 특히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들의 경우 매출소액공제(음식·숙박업 2.6%, 나머지 업종 1.3% 환급)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다"며 "수수료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면서 카드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정부가 수수료 인하를 강제할 게 아니라 시장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며 "수익악화가 심화될 경우 카드사 1~2군데가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수수료 인하'에 대한 카드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당근책으로 '신용평가업 허용'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카드사들은 실익이 없다며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수익은 가맹점 수수료와 현금서비스·카드론 대출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금융당국이 신용평가업 허용을 얘기하지만 1~2%에 불과한 부대사업 중 하나일 뿐 카드사들한테는 전혀 실익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미 3개 신용평가사(CB)가 30년 이상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독점하고 있는 구조에서 설령 카드사들이 신용평가업에 진출한다고 해도 시스템 구축과 안정화에 이를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큰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수수료와 카드론 대출에 의존할게 아니라 수익구조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은 올 상반기에 고금리 카드론 영업을 확대했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수익다변화를 위해 올해 '디지털 혁신'을 추진, 전자지급결제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신한·롯데·하나·현대·KB국민·BC·NH농협카드 등 7개 카드사는 공동으로 모바일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서비스인 'JUSTOUCH(저스터치)'를 지난 1일 선보인 바 있다.

또한 미얀마·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해외점포 총자산과 순익 규모는 국내 대비 2~4%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점포 순익은 932억원으로 전년(936억원) 대비 0.4% 감소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의 경우 금융인프라가 미비해 우선 소비자금융이나 할부금융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본격적인 수익이 나려면 최소 4~5년은 걸린다"며 "수익은 줄어드는데 금감원에선 소비자 혜택은 그대로 두고 마케팅 비용만 감축하라고 하니 속이 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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