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전자지분 매각이익 안도, 한화 주가 하락에 울상
즉시연금 사태 · 각종 규제강화로 하반기 실적개선 난관

▲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본사. /사진=뉴시스, 한화생명 제공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생명보험업계 '빅2'인 삼성생명(사장 현성철)과 한화생명(대표이사 부회장 차남규)이 올 상반기에 1회성 요인으로 경영실적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생명은 2분기 삼성전자 지분 일부매각에 힘입어 1조4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반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1회성 요인(부동산 매각이익) 소멸 등으로 전년보다 무려 39% 순익이 급감했다.

두 생보사는 공교롭게도 최근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로 금융감독원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실적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대조를 보였다.

13일 금감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에 1조4459억원의 순익(지배기업 소유지분)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467억원) 대비 52.7% 증가한 실적이다. 특히 2분기에만 1조560억원의 순익(전년동기 177.6%↑)을 냈다.

삼성생명이 2분기에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 보유지분 중 일부를 매각(7515억원)한 1회성 요인 덕택이었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5월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 주식 약 2300만주(1조1800억원)를 매각한 바 있다.

반면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순익이 전년동기(4028억원) 대비 39.2% 감소한 2448억원에 그쳤다. 2분기 순익도 1302억원으로 전년동기(2219억원) 보다 무려 41.3%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있었던 1회성 요인인 부동산 매각이익(700억원)의 기저효과 소멸과 주식시장 하락으로 변액보험 준비금 환입이 지난해보다 감소한데 따른 결과다.

업계 1, 2위를 달리는 두 생보사가 1회성 요인으로 한쪽은 시중은행을 뛰어넘는 막대한 실적을 내고, 다른 한쪽에서 업계 2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최악의 성적표로 울상을 짓게 된 셈이다.

하지만 향후에도 두 생보사가 이런 행보를 지속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관련 자본충당금 이슈와 금리 및 증시 불확실성 확대에 변액보증손익 악화, 즉시연금 관련 소송 등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하반기 실적을 놓고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2분기 연결 지배순익은 1회성 요인인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제외하면 305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 감소했다"며 "한화생명의 경우도 상반기 변액보증손익이 약 1450억원 줄었고 위험손해율은 사망보험금 증가로 전년대비 6.0%포인트 악화된 79.2%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즉시연금과 관련해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이차익의 추가 악화(최대 4000억원)가 불가피하지만 금융그룹 통합 감독 시스템의 도입, 신지급여력제도(K-ICS)상 계열사 지분에 대한 요구자본 증가 가능성을 감안시 보유 삼성전자 지분(6.94%)의 추가 매각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비금융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을 피하려면 추가 지분매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내 해외증권 비중은 26%로 연초 이후 달러 스왑레이트(Swap rate)가 악화돼 최근 –1.50%포인트까지 확대됐다"며 "매크로(거시) 변동에 노출된 수익구조가 주가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정준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신상품 판매 호조로 인해 신계약 이연한도 초과로 상반기 330억원의 일시상각이 발생했는데 하반기도 유사한 규모의 비용이 발생할 예정"이라면서도 "신계약가치(VNB) 성장 지속과 하반기 500억~1500억원의 부동산 매각이익 및 삼성전자 배당 확대에 따른 수익 등 비이자손익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한화생명과 관련해 "상반기 악재가 됐던 변액 보증준비금은 3분기부터 기고(基高)효과 소멸로 4분기 환입 가능성이 높다"며 "일회성이지만 하반기에는 부동산 매각 이익이 발생 예정"이라고 실적반등을 기대했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삼성생명은 하반기에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과 계열사 배당금 등 이차이익 증가요인도 많지만 당초 회사가 제시했던 보험영업이익 10%증가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며 "한화생명의 경우 실질적 금리레벨을 반영한 환입(1600억원대 추산)이 연말에 이뤄질 전망으로 이를 고려시 이익은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하반기에도 실적흐름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감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즉시연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주목되고 있다.

두 생보사는 금감원의 만기환급형(상속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요구를 거부하고 사실상 법적소송을 택한 상태다. 한화생명이 지난 9일 즉시연금 미지급금 관련 '불수용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하며 강경한 모습을 보인 반면 삼성생명은 최초 민원인의 사례를 반영해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2.5%를 적용한 일부금액(370억원)을 이달말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는 삼성생명은 약 4300억원(약 5만5000건), 한화생명은 약 850억원(약 2만5000건)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이달 말부터 홈페이지에 즉시연금 분쟁조정 접수공간을 별도하고, 1층 금융민원센터에 즉시연금 분쟁조정 전담창구 마련 및 분쟁조정 신청과 소멸시효 중단요청서를 받는 등 연금가입자의 분쟁조정 신청을 적극 유도하며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또 향후 보험사 검사시 금감원이 상품약관의 위법성 등을 집중 들여다볼 방침이다.

여기에 7월부터 시범도입 중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시행 등 각종 건전성 규제 강화도 두 생보사에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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