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美 무역제재에 원유 수급난 가중...다른 신흥국도 긴장"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터키가 미국의 무역제재로 통화가치 하락과 에너지비용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터키는 리라화 폭락으로 더 비싼 비용을 주고 원유와 천연가스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국제 원유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17일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안장현 마켓 애널리스트 등이 작성한 '골든 마켓 뉴스데일리'에 따르면 지난 16일(미국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터키 통화가치 후폭풍을 다뤄 주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라 가치의 폭락으로 터키는 그들에게 필요한 연료 수입비용을 지불하기가 어려워졌고 전체적으로 경제를 위험에 놓이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터키는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데, 최근 절하된 리라 가치는 이 같은 수입 비용을 더욱 값비싸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 달러를 막대하게 차입한 터키 기업들은 수입 에너지 비용 지불 방안을 고심 중이다.

▲ 중동의 원유 채굴 장비. /사진=AP, 뉴시스

국제 무역업자들에게 올해 원유는 약 6% 값비싸졌다. 특히 터키 매수자들은 달러 대비 리라 가치의 폭락으로 유가수준이 60% 넘게 상승했다. 이에 16일 터키 정부는 에너지 경비로 발생할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휘발유와 디젤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를 인상했다. 앞서 터키는 대선을 앞두고 지난 5월 세금을 인하했었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이코노미스트 브래드 셋서(Brad Setser)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올해 이중고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머징 시장들 가운데서 달러화된 정도가 가장 심한 국가"라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탓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국민총생산(GDP)의 5.5%를 차지한다. 이는 터키의 이머징 시장 전염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인도와 남아공 등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에도르안 터키 대통령이 최대수입국인 이란이나 러시아 등 원유 생산국들과 긴밀한 관계 구축에 나서면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터키의 이란산 원유수입은 현 수준인 일평균 17만4000배럴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터키가 미국의 제재조치로 인한 충돌 위험 속에 추가로 원유수입을 위한 대출을 제공해줄 은행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터키의 상황은 글로벌 원유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터키가 필요로 하는 원유의 양은 전세계 수요의 약 1% 수준이지만,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OECD 가운데 원유 및 천연가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국가는 터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터키의 문제로 인해 일부 원유 산업 전문가들은 전체 원유 소비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특히나 터키의 문제점이 다른 이머징 시장들로 확산된다면 하향 조정할 확률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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