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이상보다 전체 국정을 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난 7월 취업자 수가 5000 명에 그쳤다는 소식에 정부가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이날 휴가를 취소하고 긴급회의를 하러 나섰다고 한다.

취업은 국민들의 체감경기에 가장 밀접한 요소다. 정부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 달 동안의 고용실적은 무수한 국정현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금은 부진해도 장차 나아질 거란 기대와 희망이 있으면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 정부에 대해서, 국민들은 아직 이전 정권과 같은 부패의심을 갖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훌륭한 국정은 청렴하기만 한다고 이뤄지지는 않는다.

현재 많은 우려를 사는 부분은, 누구는 노동복지에만, 누구는 통일정책에만 몰두해 자신만의 기념비적인 업적을 쌓는 데 온통 관심이 쏠려서 전체적인 국정의 흐름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점이다.

당장 5000명 취업 얘기가 나오자, 최저임금 때문이란 비판이 따라 나오고 있다.

예전보다 시간당 임금을 실질적으로 올리는 정도에 그쳤어도 앞선 정권과 차별화하기는 충분했었다. 이것을 시간당 임금 1만원이라는 ‘트로피 정책’에 스스로를 묶어버리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 까닭 없는 비판을 초래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시간당 임금을 올리면 당연히 소득이 늘어나 소비활력을 초래할 수는 있지만, 국정은 이렇게 일직선상의 점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경제체제는 하나가 늘어나면 다른 하나를 줄이는 원인이 되기도 해서, 정책 하나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수없이 발생한다.

그래서 과감한 정책보다 단계적인 조치를 통해 변화를 살펴가면서 펼치는 것이다. 시간당 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리다보면 지금 정부 5년 임기 내 1만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정권 내 ‘1만원 트로피’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6000원이 7000원 되고, 8000원 된 것을 감사하는 사람들은 어디가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공연히 1만원부터 들이댄 사람에 9000원이 돼도 오히려 불만을 가질 소지마저 생겼다.
 

▲ 삼봉 정도전 표준 영정.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폭넓은 호감을 사고 있는 사람은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이다. 지지율 1위는 아니어도 그는 미워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동안 보여 준 역량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사람이긴 하지만, 지난 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개인적으로 좀 우려스런 한마디도 남겼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정도전을 내세운 것이다.

이것은 심 의원이 대단히 높은 뜻을 지닌 큰 인물이지만, 선거 당시 정의당의 위상이 직접 대권을 겨루기보다는 기존 정치권에 일침을 가하는 역할을 한 때문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정의당이 제1, 제2 정당으로 올라섰을 때 심 의원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있기를 기대한다.

역사는 인생과 마찬가지로 항상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남긴다.

정도전은 자신의 뜻을 충분히 펼 만한 위치에 올라가긴 했지만, 불운하게 역사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전통적 사관을 뒤집어 보기를 좋아하는 한 때의 풍조에 편승해 오늘날 그는 대단히 유능했을 사람으로 각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역사만큼 가장 현실적인 실험도 없다. 정도전이 패자가 된 것은 그에게 그만한 결정적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정책과 이상을 승자인 이방원이 대부분 수용했다고 해서 정도전을 패자가 아닌 승자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국정은 올바른 정책 방향보다 이것을 어떻게 집행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올바른 국정방향을 던지는 것은 위정자보다 국민, 국민을 대변하는 식자층들이 해야 할 일이다.

또한 그 방향 자체가 전적으로 민심을 대변하는 차원에서 나와야 한다. 민심이 아니라 사리사욕에서 비롯된다면 그것이 국정농단이고, 검증 안 된 자신만의 몽상에서 비롯된다면 그것은 국정 실종이다.

정도전이 부정부패하는 사리사욕은 크지 않았다 해도, 자신만의 정치이상을 위해 당시 사회가 더욱 중히 여긴 이념적 원칙을 무너뜨린 것은 명백하다. 하나의 무리를 강행해도 해법이 안보이니 또 다른 무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자기만의 정책을 실행해보지도 않고 너무나 훌륭하다고 스스로 사로잡혀 모든 국정을 그 하나 목표에 종속시켰다. 왕도에서 벗어난 이런 행태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세 번, 네 번 거듭되다 반발세력을 하나로 결집시켜 마침내 자신이 최후를 맞았다.

이는 앞서 본지의 만필을 통해 자세히 논했던 내용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아들인 태종 이방원이 대신 나서 정도전을 제거한 덕택에 500년을 이어갈 훌륭한 왕조의 개국태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자신이 하지 않고 아들에 맡긴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다른 아들을 희생시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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