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저축은행중앙회에 여신거래기본약관 개정 지시
업계 '재정손실' 반발, 고금리대출로 규제강화 자초 지적도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금융당국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소급적용' 압박에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업계에 최고금리 인하시 기존 대출에도 이를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담은 '여신거래기본약관 개정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대형 저축은행들은 소급적용에 따른 막대한 재정손실과 기존 대출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날 OK저축은행, SBI저축은행 등 14개 주요 회원사의 영업담당이사들을 만나 최고금리 인하 소급적용 관련 여신거래기본약관 개정을 논의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회원사 대표 및 담당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해 연말까지는 개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이날 약관개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내부 반대가 많아 쉽사리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만 금감원이 약관개정 시기를 서둘러 달라고 요구한 만큼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금감원의 요구대로 약관개정이 이뤄지면 약관시행 이후 체결·갱신 연장되는 모든 대출은 최고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0%로 인하한데 이어 임기 내에 연 20% 수준까지 상한금리를 내리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상한금리 소급적용이 시행되면 저축은행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신용대출 비중이 큰 대형저축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들이 재정 리스크를 이유로 7급 이하의 저신용자 대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약관개정 이후 대출자들만 금리인하 혜택을 볼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강화를 표방한 금감원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최고금리 소급적용으로 발생한 재정적 손해는 저축은행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 칼날을 빼든 것은 금리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대출비중이 여전히 높은데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경영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저축은행들(총 79개사)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조2000억원으로 이중 고금리대출이 66.1%(6조7723억원)에 달했다. 특히 대부계열 저축은행을 포함한 상위 7개사의 고금리대출 잔액비중은 73.6%(5조4000억원)를 차지했다.

회사별 고금리대출 현황을 보면 업계 1위인 OK저축은행이 1조7633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SBI저축은행 1조1841억원, 웰컴저축은행 8390억원, 유진저축은행 6116억원, 애큐은저축은행 4523억원, JT친애저축은행 4302억원, 페퍼저축은행 2347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1347억원 순을 보였다.

저축은행들은 경영실적에서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은 2016년(8605억원) 대비 24.0% 증가한 1조6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특히 이자이익(3조7463억원)이 전년대비 무려 6196억원(19.8%) 늘며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1분기(2321억원)에는 대손충당금전입액 증가 영향으로 순익이 7.0% 줄었지만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전년동기 대비 각각 1519억원, 209억원 늘었다.

금감원은 올해 상한금리 인하 소급적용 외에도 고금리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의 취급현황 및 대출금리 원가구조 공개를 통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합리화, 예대율 규제비율 강화(2020년 110%→2021년 100%) 등 고강도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 내에서는 저축은행들이 단기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금리 영업에 치중한 것이 규제강화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2011년 부실사태 이후 저축은행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소비자보호 강화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고금리대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여전하다"며 "저축은행 업계가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 차원의 당근책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