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궁지에 몰린 건 정부?...문재인 정부 향후 재벌-정부 개혁 여부 주목

▲ 한진그룹 총수 일가: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 회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및 그 가족, 친족과 관련한 노이즈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오히려 궁지에 몰린 쪽은 정부라는 얘기가 나온다.

조양호 회장 둘째 딸 ‘물컵 갑질’ 논란 이후 조양호 회장 및 그의 가족과 관련한 여러 불법, 탈법, 갑질 의혹이 불거지고 경찰, 관세청, 교육부, 국토부 등 문재인 정부 주요 당국이 사방에서 조 회장과 조 회장 가족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대한항공 일부 직원은 조양호 일가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조양호 회장과 그의 아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우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여러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지만 기존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는 탈세, 횡령 등의 혐의로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지만 최근 발표된 주요 기업 오너 연봉에서 ‘연봉 킹’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조양호 회장은 상반기 한진 계열사에서 무려 58억원을 챙겨 간 것으로 드러났다. 겉으로는 치명상을 당한 것 같지만 실속은 그대로 챙기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도 현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의 학력 또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로 돼 있다. 일각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조원태 퇴진하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지만 조원태 사장 역시 위상이 크게 바뀐 게 없다.

반면 오히려 치명상을 당한 쪽은 정부 당국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조 회장 둘째 딸 물컵 갑질로부터 비롯된 조양호 일가의 여러 노이즈 논란은 오히려 정부 쪽을 더 많이 변화시켰다.

국토부는 이번 조양호 가족 사태와 관련해 유착 논란에 휘말리면서 체면을 크게 구긴 상태다. 특히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논란은 국토부에 비웃음만 남겼다. 경제계 일각에선 진에어를 그대로 두기로 하자, "그간 이 회사를 흔들어 댄 결과가 무엇이냐"는 비아냥까지 가하고 있다.

그간 관세청은 조 회장 가족의 밀수 의혹 등과 관련해 요란한 조사를 벌였지만 오히려 공항의 관세청 직원 물갈이만 가져왔을 뿐 아직 조양호 회장 가족에 대한 뚜렷한 조치 결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조원태 사장의 인하대 편입학 취소 요구를 했지만 인하대는 최근 “교육부 조치를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이 처남 등 친족회사를 계열사에서 누력시켜 신고한 사실”과 관련해 검찰에 조양호 회장 등을 고발조치 했으나 한진 측은 “행정 착오”라며 맞서고 있다.

이렇듯 조양호 회장과 그의 가족은 여러 불법, 탈법, 갑질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거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한진그룹 핵심 경영권 현황을 보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조양호 회장, 조원태 사장은 꿋꿋이 버티는 가운데 한진 측은 주요 혐의나 의혹에 대해선 해명과 맞대응으로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 일부 직원과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지만 그 목소리가 먹히지 않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이런 큰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돈을 계열사에서 챙겨가고 있음도 확인됐다. 항공사 독점적 지위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관세청 등이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는 등 일부 인적 청산에 나선 것 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한진사태는 이런 저런 교훈은 남기고 있다. 일부 재벌이 스스로 ‘내가 개혁 대상’임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정부와 재벌이 얼마나 유착됐는가 하는 의혹을 확대시킨 것도 조양호 일가 사태를 계기로 속속 드러난 현실이다. 우리 정부와 재계가 모두 달라져야 된다는 사실을 조양호 일가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재벌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개혁을 가속화 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재벌 간 유착의 고리도 단호히 끊어 나가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것이 현 정부에 던져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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