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머징 주가 싸고, 터키 공포도 크지 않아"

▲ 터키 앙카라의 환전소 앞.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터키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머징(신흥국)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이머징 시장의 역투자 사례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20일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안장현 마켓 애널리스트 등이작성한 '골든 인베스팅 아이디어' 에 따르면 19일(미국시각)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 시장 자산들은 현재 1998년만큼 괄시를 받고 있지 않고 터키의 위기로 인한 공포가 극심한 것 같지는 않다"며 "많은 펀드 매니저들이 엄청 하락한 자산들을 매수해 자신들의 커리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겠지만 더 길게 보는 매니저들은 주위를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20년 전인 1998년 8월 17일 러시아 정부는 루블을 평가 절하했고 국내 부채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으며 해외 채권자들에게 모든 지급을 중단했다. 이날은 태국 바트의 평가절하로 시작해 1년 동안 이어졌던 이머징 시장 위기 중 가장 극적인 날 중 하나였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혹독한 경기침체에 시달렸다.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32년 동안 집권한 후 그 해 5월에 강제로 사임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것은 러시아의 디폴트였다.

당시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그 해가 끝나기 전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지수(MSCI Emerging Markets Index)는 1998년 8월까지 달러 기준으로 40% 하락했고 8월에만 25% 넘게 하락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 시장의 투자매력 요인으로 비싸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머징 시장 증시 달러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 또는 주가이익성장비율(Price-to-Earning Ratio)은 14배로 1996년 이후의 평균을 소폭 하회하고 있다. 이 지수의 P/E를 시간의 경과에 따라 미국 증시 S&P500의 P/E와 비교해 보면 훨씬 더 좋은 가치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1996년 초에 두 지수의 P/E는 모두 약 18배였다. S&0P500의 P/E는 그 이후로 이머징 시장 증시의 P/E와 비교해 상승할 때마다 결국엔 다시 하락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현재 P/E 23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 매체는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요소로 환리스크를 꼽았다. 최근 매도 전까지 대형 이머징 시장의 실질환율은 대부분 10년 평균을 하회했다. 하지만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 계산을 엎어버렸다. 이코노미스트의 지표에 등록돼 있는 25개의 이머징 시장 중 터키, 아르헨티나, 이집트 등 3개 국가만이 6%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 대부분이 3%를 하회하고 있다.

물론 이머징 시장 주식이 더 싸질거란 섭부른 전망도 경계했다. 터키는 변덕스러운 정책 수립과 해외 부채 규모로 보면 고통이 오랫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러시아는 또 다른 미국의 제재 대상이며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브라질은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중국은 경제둔화로 미국과의 밸류에이션 갭이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 이머징 시장에 베팅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따금 매수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있을 때"라며 "이머징 시장의 증시는 러시아의 디폴트 후 몇 주 만에 달러 기준으로 저점에 도달했는데 18개월 안으로 두 배 상승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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