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살피지 않는 몽상가 정책들에 대한 정리 기대된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30일 당정청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얼마 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작은 소동을 하나 일으켰다. 현재 고용부진이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예전 그가 국무총리를 할 때 취재했던 그의 면모에 비춰, 과연 저런 발언을 정말로 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는 상당히 숫자에 강한 사람이다. 숫자에 강한 사람은 하나의 원인이 그에 따른 결과를 얼마만큼 가져오는지 계량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개인적으로 언론들의 제목놀이가 상당히 개입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발언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때문에 오늘날 고용이 불안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돈도 첨단 분야에 투입했어야 된다는 정도였다. 할일이 태산 같은 지금 뭣 때문에 전전 정권 일을 거론하느냐는 핀잔은 받을 수 있지만, 이 얘기를 오늘날 고용부진의 책임을 이명박 정권으로 돌렸다는 식으로 해석해야 되는지는 의문이다. 4대강사업이 당시의 재정여력을 ‘전국적 삽질’로 떠내려 보냈다는 비판은 지금도 거세다.

이해찬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국회본회의에서 같은 당의 호남출신 국회의원이 호남 고속철 건설을 요구하자 이해찬 총리는 사업 타당성을 이유로 매섭게 그 의원을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현재 이해찬 대표와 당적을 달리하고 있다.

불필요하게 상대정파를 자극하는 것이 문제가 돼서, 야당이 그에게 사전 질문지를 주지 않고 질문을 벌였다. 이 총리는 사전 질문지가 없으니 관련 현안의 실태를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답변에 나섰다. 그러나 총리가 늘 기억하고 있는 숫자들을 사안마다 제시하니 야당의 대정부 공세가 그다지 날카롭지도 못했다.

집권당의 대표지만, 국무총리를 할 때와는 달리 국정 참여는 몇 단계를 거쳐야 할 입장이다. 

그래도 지금의 당정청 분위기에서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야당인 바른미래당의 박지원 국회의원은 30일 교통방송 인터뷰에서 “청와대나 내각에 대해 이해찬 대표만은 쓴소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군기반장’이라는 이 대표의 면모와 크게 일치하는 평가다.

숫자에 밝은 이해찬 대표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정권 내부 ‘몽상가들의 대책 없는 꿈놀이’를 틀어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나는 노동전문가니까’ ‘나는 환경전문가니까’라는 등의 이유로 현실성 없는 숫자를 목표로 걸어놓고 지금 당장 국가의 다른 부문들은 어떻게 되는지 관심도 없는 이런 몽상가들을 강하게 군기를 잡던가, 권력에서 내보내 원래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이다.

이날 당정청 회의에서 연구개발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핵심에 대한 정확한 진단으로 평가한다. R&D와 같은 영역은 실세형 정치인의 지원이 다른 영역보다 수 천 만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삼성그룹이 향후 3년 동안 18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새로운 첨단분야 개척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와 함께, 막강한 정치력을 가진 이해찬 대표가 이 정부의 ‘정책기술자 기피증’도 완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재야에는 한참 일할 나이에 관직과 멀어진 사람들이 좀 있다. 능력은 있는데 단지 누가 대통령을 할 때 고위직이었다는 이유로 ‘적폐’로 낙인을 찍는다면, 그를 제대로 활용 못하는 손해는 이 정부의 몫이다.

정치력이 막강한 대표라면, 책임감 있게 이런 사람들을 가려서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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