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현대차 등 갑질사태 또 불거져...경제민주화는 우리 경제의 살길

▲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한국의 경제가 위태롭다고 한다. 일자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국민들이 늘고 있고 자영업자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버티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일부 대기업만 잘나갈 뿐 중소기업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맘이 편한 것도 아니다. 최근 중국 언론 신문망은 “화웨이 스마트폰이 곧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기사를 초이스경제가 내보내자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중국의 산업생산력과 자본력을 무시하면 안된다”면서 “그들 제품의 가성비는 이미 국내 굴지의 기업을 위협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이 네티즌은 “적당히 모델명만 바꿔 제품을 쏟아내는 국내 대기업들의 행태가 바뀌지 않을 경우 도태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가했다.

삼성이 이렇게 위협받을진대 다른 대기업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 자동차 부품 산업이 함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 자동차 부품업계의 관계자는 강조한다. 조선산업은 이미 중국의 공격을 받아 커다란 위기를 경험했고 지금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철강 산업도 비슷한 처지다.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 독보적 경쟁력을 안겨주고 있지만 미국 거대투자기관 ‘모건스탠리’는 최근 줄기차게 “반도체 산업의 앞날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일부 반도체 제품은 공급과잉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지적이다. 게다가 중국은 ‘반도체굴기’를 강조하며 한국 추격전을 거세게 벌이고 있다.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일자리 위협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취업절벽은 한걸음 더 나아가 결혼기피, 출산기피로 이어지고 있고 인구절벽은 또다시 한국 경제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뭔가 획기적인 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한 일본 언론이 “삼성이 향후 180조원을 투자키로 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을 앞둔 전략적인 발표로만 봐선 안된다”고 지적한 것도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상황을 한마디로 대변해 준다. 이재용 부회장이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했던 것처럼 획기적인 혁신을 하지 못할 경우 삼성도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이 일본 언론은 강조했다. 삼성이 180조원을 투자키로 한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수 있다”고 이 일본 언론은 역설했다.

그러나 삼성의 몸부림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의 1등 기업이 이토록 커다란 위기감 속에 몸무림 치는데, 더는 우리 경제의 새판 짜기를 지체할 수가 없다. 혁신, 개혁을 뒤로 미뤄선 안되는 상황에 몰려있다. 큰기업과 작은기업 간 상생을 진짜로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큰기업들의 갑질은 엄격히 근절돼야 한다. 큰 기업들은 이제 사익편취나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안이한 돈벌이에서 벗어나 자체 고유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때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부품사업 등에서 중소기업과 상생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본업인 완성차 만들기, 그 자체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스마트폰, 대형 전자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매달리는 대신 다른 분야에선 과감하게 협력업체들과 상생해야 한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사로운 사익편취행위,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과감히 버리고 본연의 사업에 매달려야 한다. 그리하여 대기업도 살고 중소기업도 함께 웃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이게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가 ‘반재벌’로 오인돼선 안 된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기업들도 사기업 못지 않게 문제가 많다”면서 “범 정부 차원에서 공기업들의 갑질을 바로잡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우리의 경제민주화가 얼마나 겉돌았는지를 대변해 준다. 김 위원장이 “임기 마지막 해인 3년차의 중점 과제로 공기업 불공정행위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신못차린 대기업들의 개혁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옳은 결정으로 여겨진다.

또한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사들이 하청 업체에 저지른 '불법 갑질' 행위가 모두 206건이었다는 수치도 “경제민주화가 왜 절실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 의원실이 “이 기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기업수가 40개였고 현대차의 경우 무려 20회나 적발됐다”고 밝힌 것은 충격적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한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본연의 경쟁력 확보에 올인해야 할 처지인데도 갑질행위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상생이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말은 무색해진다.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합쳐도 위기를 극복할지 말지한 상황인데 대기업 갑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대기업이 할 일에 몰두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며 획기적인 혁신에 나서야 할 때인데도 아직 정신 못차린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일, 그 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대기업은 소탐대실 하지 않고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면 된다. 협력업체와는 갑질을 근절하고 상생해야 한다. 재벌 오너 측근 기업에 몰아주던 일감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중소기업들도 일감을 확보하고 더 강한 기업으로 커나가는 데 몰입해야 한다. 탄탄한 중견기업이 한국 경제의 허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탄탄한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의 저변을 강하게 만들도록 해줘야 한다. 대기업이 모두 독식하겠다고 하면 스스로 무덤 파는 일이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견기업은 중견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강한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은 갑질행위를 근절하고 정부는 경제민주화 작업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관료와 대기업 간 유착도 끊어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사기업 못지 않은 공기업 갑질 행위”, 이런 것들이 근절될 때 우리는 양질의 일자리, 경제위기 타파 등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더는 미뤄선 안되는 게 경제민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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