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 SK 두 총수, 신규투자 · 일자리 창출로 정부 경제살리기 부응
삼성전자 · SKT 등 주요 계열사 구설로 발목, 내부 쇄신 주목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공정 경제' 실현을 위해 재벌개혁에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조직쇄신으로 정면돌파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고뭉치' 계열사들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그간 신규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확대 등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으나 핵심 계열사들이 이를 뒷받침하기는커녕 크고 작은 사고로 오히려 총수일가의 개혁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최근 주요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우선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4일 기흥공장에서 이산화탄소(CO2)가 유출돼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사고발생 2시간 후 소방서에 늑장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 사고은폐 의혹도 받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는 사고 직후 사과문을 통해 사고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근본대책 마련을 약속했으나 부정적 여론을 진화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화성공장 불산 누출, 2013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IPA 누출, 2015년 기흥공장 황산 누출 등 수년간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삼류회사에서나 있을법한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 대해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삼성증권이 사상 초유의 배당사고를 내 금융당국으로부터 전·현직 대표이사 해임 및 3개월 직무정지, 6개월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삼성증권은 이번 배당사고로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의 허술한 내부통제 문제와 증권거래의 근간인 실물주식 입고시스템(유령주식 약 28억1300만주 입고)의 신뢰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재감리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삼바가 미국 바이오젠과 체결한 약정사항(콜옵션)에 대한 공시를 고의로 누락(회계기준 위반)한 것으로 판단, 회사 및 대표이사를 검찰 고발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한 혐의(뇌물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법원이 삼성의 뇌물 제공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 향후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도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은 올해 들어 뇌물죄 재판 외에도 지배구조 개편과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주식매각 문제,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 삼성그룹 노조와해 의혹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바람잘날 없는 한해를 보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고용계획을 발표하며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적극 보조를 맞췄다.

또 10여년간 평행선을 달려왔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발병 산재보상 분쟁과 관련해 지난 7월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키로 결정, 사태해결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잇따라 불거진 계열사 악재들이 갈 길 바쁜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최근 사회적 가치경영을 앞세우며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핵심계열사인 SK텔레콤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논란 및 성차별 광고 논란과 SK건설의 라오스댐 붕괴사고 등으로 난처한 상황을 맞고 있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최근 새 요금제 'T플랜' 홍보를 위해 전국 대리점에 '아들, 어디 가서 데이터 굶지 마'와 '딸아, 너는 데이터 달라고 할 때만 전화하더라'라는 광고문구를 내걸었다가 '성차별' 비판이 거세지자 딸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에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을 밧줄로 묶은 이미지를 선보였다가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져 홍역을 치렀다.

SK텔레콤은 또 기술탈취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결제시스템 개발 및 운영에 참여한 중소업체 N사에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았고, 지난 2월에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후 N사의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관련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근절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이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들어 보조금 감축과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시장점유율이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점유율은 2012년말 49.5%로 50%선이 무너진 후 매년 1%포인트 이상 줄어 올 7월 기준 41.9%로 하락했다. 반면 경쟁사인 KT의 점유율은 26.1%, LG유플러스는 20.0%로 약진하며 추격 중이다.

여기에 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댐 붕괴사고로 수백명이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직격탄을 입었다. SK건설은 이번 사고 여파로 연내 상장여부가 불투명해졌으며, 만약 댐 붕괴원인이 부실시공으로 밝혀질 경우 막대한 보상비용은 물론 국제적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영화두로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내건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올해 27조5000억원 등 3년간 약 80조원 투자와 2만8000개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확대경영회의에서 인도 보텍스,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사례를 제시하며, 그룹 관계사에 관련조직 및 제도 설계방향을 마련해 내년부터 실행에 옮길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SK텔레콤 등 계열사들이 각종 불미스런 일에 휘말리면서 최 회장의 이같은 기업이미지 쇄신 노력이 퇴색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이 계열사 문제로 고심 중인 가운데 올 연말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향방도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직쇄신 차원에서 주요 재벌이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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