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식에게 물려줬느냐'가 더 큰 문제다

▲ 지난 2015년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를 초청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내 언론이 12일 100대 재벌 총수의 주식이 150조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이미 30조원이 자녀세대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아직은 이런 뉴스 자체에는 덤덤한 국민이 더 많다. 재벌회장들이 가진 주식을 다 합친 게 150조원이란 건 정말 그냥 그런 뉴스다. 일단 대부분 국민들은 150조원이 얼마나 많은 돈인지를 도무지 실감할 길이 없다.

그 가운데 5분의1에 해당하는 30조원을 자녀들에게 물려줬다는 건 약간 다르다. 누구누구의 자녀란 사실 빼놓고 특별히 다를 것도 없는 재벌3세 또는 4세들이 과연 철저하게 합법적이고 도덕성을 잃지 않은 방법으로 저 주식들을 물려받았는지 따지는 사람들은 좀 있다.

그래도 이 또한 상당수 사람들에게는 아직 남의 집 얘기다.

국민들이 재벌들의 세대 간 재산 증여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재벌 자식들 가운데 어떤 자식이 물려받았느냐 부터다.

막대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재벌들의 경영이 잘돼야 소속 직원, 거래업체 등 함께 잘 살 수 있게 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어찌됐든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아버지보다 유능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줘서 너도나도 잘 살게 된다면, 국민들의 재벌 비판 의식은 크게 무뎌질 것이고, 저녁마다 느긋하게 재벌을 소재로 한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 회장 일가의 몸가짐에 대한 것들은 전혀 국민들을 안심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어떤 회장은 이날도 회사 돈을 자기 집 경비에 써서 경찰에 불려나갔다. 이 집안은 회장 부인과 자녀들까지 누구하나 편안한 사람이 없다.

그 막대한 돈을 가진 사람이 무슨 돈을 아끼겠다고 회사 돈을 자기 집에 썼다가 이 망신이다.

이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항공사의 총수는 여성승무원들에게 괴상한 애정 표현을 받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또 다른 회장의 자녀들은 술과 관련한 말썽을 몇 차례 일으켰다.

성장과정에서 훌륭한 판단력과 자제력을 갖추었다면, 전혀 자초할 이유가 없는 소동들이다. 그런 일들이 현재 총수일가들로부터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녀 훈육은 과연 정상적으로 했을 것인지가 걱정거리다.

자녀들이라도 창업총수들처럼 여럿을 뒀다면, 경영권 승계에 관심 있는 자녀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역량을 키웠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대부분 하나 둘에 불과한 아들에게 전부 물려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스스로 몸가짐도 안되는 부모가 외아들을 애지중지하며 키우다보니 과연 국가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그룹 전체를 잘 이끌어갈 능력을 가졌는지 의심이 안들 수가 없다.

서민들처럼 자식하나 키우기가 경제적으로 벅찬 사람들도 아닌데, 재벌 총수들이라고 해서 저출산 탈피에 별로 기여한 것이 없다.

만약 재벌 총수들이 많은 자녀를 두고 이들에게 장차의 경영권을 골고루 나눠줬다면, 기업지배구조의 최대 난제 순환출자는 재벌들 스스로 깨끗하게 해결했을 것이다.

경제 정의의 원칙이 아직 100% 완벽하게 적용되고 있지는 않은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지금 당장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벌행태를 욕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하지만 어떤 자식에게 물려주느냐는 이미 지금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걱정이 쌓이다보면 “저 회사 차라리 내가 차지하는 게 국가를 위해서도 더 낫겠다”는 아주 당찬 사람도 나오는 법이다. 물론 아버지 회장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가문의 적이다. 그러나 자녀를 무능력하게 키운 처지에서는 아무리 재벌 회장이라도 자신의 사후까지 이를 막아줄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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