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의 막대한 후폭풍은 헤아리고 나온 발언인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현상이다. 행정부의 실무적 총수인 국무총리가 금리인상을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낙연 국무총리는 13일 국회 본회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대정부질문에서 “금리 인상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는 것에 충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의 유출이라든가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 부담의 증가도 생길 수 있다”며 “양쪽의 고민이 있다”고 덧붙이긴 했다.

현재의 통화정책이 1998년 출범한 이래, 국무총리가 금리인상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피력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정권담당자가 금리 인상을 주문한 자체가 대단히 이색적이다.

통상적으로 금리인상은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어, 모든 정권이 거부감을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오랜 원칙적 관행을 깨고 연방준비(Fed)제도 이사회의 금리인상을 비판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 중앙은행에 저금리를 주문해 중앙은행이 이에 굴복했다. 최근 터키리라가치 폭락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중앙은행에 간섭할 방법만 있으면 어떻게든 금리를 낮추려는 정부의 속성과 정반대된다.

어찌 보면, 통화정책에 관한한 대단히 ‘양심적인’ 현 정부의 면모를 과시했다고 볼 수는 있다. 이전 정권에서 한국은행이 ‘빚내서 집사라’ 정책에 충실히 동원된 사례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기자 입장에서도 일견 신선한 측면까지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속성에 비춰볼 때 이 발언에 막대한 후폭풍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단기 한 두 달 내 효과가 그치지 않는다. 최소 반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국가경제에 구조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점 때문에 통화정책은 제3자, 특히 정부의 입김을 차단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이낙연 총리가 아무리 이전 정권들의 저금리 강요 폐습과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 해도 이 또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의 독립적 결정에 직간접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하루 전, 과도한 긴축정책의 위험을 지적한 신인석 금통위원의 처지가 무색하게 됐다. 신 위원으로서는 금통위원만이 할 수 있는 역할, 시장에 정보를 전달한 것인데 바로 다음날 국무총리와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혹자는 몇몇 금통위원이 앞선 정권과 인연으로 임명됐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이들이 지금도 저금리 성향을 갖는 것과 정치는 무관하다고 봐야 마땅하다. 금리를 낮추면 성장률이 올라가서 경제가 좋아진 듯한 착시현상을 갖는데 이것은 이제 탄핵당해 물러난 전 정권과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이낙연 총리가 금리에 관한 입장을 밝히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됐다.

경제부총리 또한 금리에 대해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할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그동안 김 부총리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수시로 만났을 때 금리는 무시하기 힘든 주제였을 것이 분명하다.

대놓고 금리 얘기는 안하더라도, 한은의 금리 결정에 필요한 거시경제 제반 여건에 대해 두 사람이 폭 넓은 대화를 나눴을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제 금리 방향이 못이 박히고 나면, 이런 대화의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 크게 앞서는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몇몇 정책에서 지금 정부는 하나의 정책이 가져올 다른 파급효과를 별로 안 따진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부동산, 내외금리차 때문에 금리를 올린다고는 하는데, 이것이 금통위원들의 냉정한 판단이 아니라 국무총리의 막강한 행정력에 편승했을 때의 후폭풍이다.

금리 차이에 채권을 사고파는 금융시장만 태풍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속에서 생존을 유지하는 기업들, 그리고 가계가 모두 영향권에 들어간다. 한마디로 국가경제 전체가 금리폭풍권에 들어가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그 여파도 한 두 달에 끝나지 않는다.

답변 발언을 하던 순간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런 것들까지 모두 헤아리고 있었을 것으로 믿어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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