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발권력 파동 때 한은에서 유일하게 저항한 인물

▲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14일 출근길에 한은 기자들과 마주쳤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때문에 한은 출입기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윤 부총재 출근길에 대기했던 모양이다.

국무총리 발언에 대해 한은 부총재가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만들어 이렇다 저렇다 의견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대단히 부담스런 일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노상대담 형식으로 윤 부총재 발언이 시장에 전해졌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윤면식 부총재는 “부동산 안정만을 겨냥해서 통화정책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금리인상이 확정적이지는 않다는 의미다.

윤 부총재는 또 통화정책이 중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은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등의 압력에 굴복해 금리를 내렸다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 섞였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한은이 당시에 독자적 판단을 한 것처럼 강변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사정에 비춰보면, 한은 내에서 윤 부총재만이 중앙은행 독립성 수호를 위한 한 가닥 저항이라도 해 본 인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2014년 3월 임명된 후, 한은은 2016년 6월까지 다섯 번에 걸쳐 1.25%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현재 한국 금융시장이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처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몇 차례 인하는 이주열 총재가 금리인하에 난색을 표한 직후에 이뤄져 금융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이같은 행태는 한은이 최경환 전 부총리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에 굴복한 사례로 비판받고 있다.

최 전 부총리가 물러난 후, 한은은 더욱 심각하게 독립성이 훼손당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등이 나서서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발권력 동원에 또 다시 굴복했던 것이다. 정권 입맛에 따라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임의로 동원할 수 있다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이 때, 거의 유일하게 한은 내에서 반대한 사람이 윤면식 부총재였다. 당시 부총재보였던 그는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재정의 역할을 대신하려면,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가 금통위 회의를 열어 발권력 동원을 통과시키면서 윤 부총재보의 저항은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자리를 걸고서라도 맞서야 할 총재가 물러서는데 부총재보 한 명이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한지 석 달 만인 8월, 윤 부총재보를 신임 한국은행 부총재에 임명했다.

윤 부총재가 전 정권에서의 한은 행태를 현재 시점에서 변호했다해도 그의 행적에 비춰볼 때 이를 억지스런 강변으로 보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현직 부총재로서 기관의 흠을 앞장서서 드러내지 못하는 입장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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