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회장 등 역할 막중한데도 주요 CEO 중 NH증권만 월등히 높아 '눈총'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올 상반기(1~6월) 국내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이 공개된 가운데, 금융지주사 '빅4'인 NH농협금융지주의 '특이한(?) 보수체계'가 눈길을 끈다.

금융지주사 회장은 금융그룹 내 최고 수장으로서 영업수익과 리스크 관리를 책임지며 전 계열사를 통솔하는 자리다.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지만 경영실패시 무거운 책임도 져야하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농협금융의 경우 지주회장보다 계열 증권사 사장의 연봉이 월등히 많은, 의외로 여겨질 수 있는 보수 체계를 갖고 있어 주목된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NH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오른 정영채 사장의 경우 상반기에 무려 10억90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정 사장은 급여 2억5000만원에 전 IB사업부 대표로 재직하며 2년 연속 1500억원 이상의 경상이익을 시현한 공로 등에 힘입어 성과급 8억39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박채우·서재영·서충모 상무보대우 등 NH투자증권 임원 3명도 급여와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상반기에 10억~14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김원규 전임 사장은 1~3월에 무려 16억8000억원을 받았다. 급여 8900만원과 상여금 9억7600만원, 퇴직소득 6억200만원, 기타근로소득 1200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반면 지난 4월 말 취임한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의 경우 올 상반기 보수가 5억원 미만이어서 이번 공시대상에서 빠졌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개인별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임직원 중 상위 5명을 공시토록 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올 상반기 7명의 등기임원 모두 보수가 5억원을 넘지 않았다. 이중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김광수 회장과 이강신 부사장,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 3명이 받아간 보수총액은 2억78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9300만원을 받았다.

올해 4월 퇴임한 김용환 전 회장도 지난해 연봉으로 2억원대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농협금융 등기이사 3명(김용환 회장·오병관 부사장·유남영 조합장)의 보수총액은 7억61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2억5300만원이었다. 김용환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취임 후 과감한 '빅배스(Big Bath)'로 부실을 정리하고 질적성장에 주력해 지난해 농협금융의 최대순익(8578억원)을 이끈 바 있다.

▲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바통을 이어 받은 김광수 회장도 농협금융의 체질개선을 위해 30개의 과제를 도출하고 금융지주 내 변화추진국 신설, 디지털·글로벌 투자확대 등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농협금융은 올 상반기에 전년동기(5127억원) 대비 61.8% 증가한 8295억원의 순익을 내며 지난 2012년 3월 금융지주사 출범 이래 반기 기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전년동기(3600억원) 대비 85.7% 증가한 6684억원의 순익으로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사실 금융권 내에서는 농협금융 회장 연봉이 유독 짠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올 상반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13억5100만원)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7억4800만원)의 보수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이런 마당에 농협금융 회장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연봉이 과도하게 많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연 농협금융 회장이 NH투자증권 사장 보다도 금융그룹 수익에 덜 기여하는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정 사장의 연봉 수준은 농협금융 내 다른 계열사 CEO들의 연봉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지난해 1월 취임 후 2년째 NH농협생명을 이끌고 있는 서기봉 사장은 올 상반기 보수가 1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농협생명은 2명의 등기임원(서기봉 대표·정대윤 비상임이사)에게 상반기 1억7500만원을 지급(1인당 평균보수 8800만원)했다.

NH농협손해보험은 등기임원인 오병관 사장과 김후진 비상임이사(중화농협 조합장) 2명에게 보수총액 2억5400만원을 지급(1인당 평균보수 1억2700만원)했다. 올해 1월 연임에 성공한 고태순 NH캐피탈 사장은 6600만원을 상반기 보수로 받았다.

정영채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 후 대우증권 IB2담당 상무,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전무),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지난 30년간 증권계에 몸담은 '증권맨'이다.

정 사장은 일단 취임 후 첫 성적표로 합격점을 받았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에 전년동기(1956억원) 대비 25.2% 증가한 24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다만 이번 실적은 전임 사장과의 합작품인 만큼, 정 사장이 하반기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농협금융이 올해 1조원 순익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룹 내 CEO들간 보수체계 격차가 지속될 경우 'NH투자증권만 특별대우 하는 것 아닌가' '지주사 회장 및 다른 금융계열사 사장들은 뭔가'하는 일각의 지적도 나올 수 있어 향후 농협금융 CEO들의 연봉 내역은 계속 관심을 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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