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산은 낙하산 관행 완전 없어진 것 아냐...재취업 아닌 이사회 통해 관계사 관리 가능"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출신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이젠 완전 사라진 것일까. 산은(회장 이동걸) 측은 꼭 필요한 금융 관련사 및 PF 관련사, 그리고 일반거래처 등에 제한적으로 재취업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산은 출신의 관계사 낙하산 인사가 근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자유한국당, 충남 서산-태안)이 입수한 산은 재취업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산은 측은 올 6월 말 기준 금융 관련사에 5명, PF사에 19명, 일반 거래처에 4명을 재취업시킨 것으로 돼 있다.

▲ 금융관련사(총 5명)
▲ PF(총 19명)
▲ 일반거래처(총 4명)

이 자료에 따르면 구조조정 기업엔 기업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16년 10월 31일 이후 산은이 자행 출신을 재취업시키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2016년 10월 산은 혁신안 발표 이후에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산은 출신의 재취업을 전면 금지했고, 그 결과 신규 재취업은 없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산은은 그러나 금융관련사 5곳(KDB생명, 한국해양보증보험, 산은캐피탈, KDB인프라자산운용, 한국선박해양)에는 주주로서 관리감독의 필요성에 의해 대표이사 또는 부사장을 각 회사 1명씩 산은 출신을 앉혔다고 했다.

또한 PF 관련사에는 투자자 및 대주단으로서의 권리 보호차원에서 총 19명의 산은 출신을 대표이사, 또는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감사, 부사장 등의 자리에 내려 보냈다고 했다. 평택동방아이포트, 포천민자발전 등 19개 사에 고위직 임원으로 산은 출신이 재취업했다는 것이다.

산은은 이어 일반거래처 중에서는 화승, 이스페타시스, 페이퍼코리아, 성안합섬 등 4곳에 자행출신을 감사 또는 상무 직급으로 취업시켰다고 했다. 산은 출신 임직원의 관리 능력을 인정한 기업의 필요에 의하여 거래기업이 산은 앞 재무전문가 파견을 요청한 경우 또는 PEF 투자기업의 매각가치 제고를 위해 재취업 시켰다는 것이다. 산은은 “당행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재취업시켰다”고 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산은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금융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의견은 다양했다. 성일종 의원은 “구조조정 업체 등에 산은 출신을 최근에는 내려 보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면서도 “이번 국정감사 때 산은 관련 이모저모를 꼼꼼히 따져 볼 계획”이라고 했다.

개인 사정상 익명을 요구한 금융전문가는 “산업은행이 주주로 있는 회사 등에 관리감독의 필요성 등을 명분으로 대표이사나 부사장 급을 내려 보낸 것도 엄밀히 말하면 낙하산 인사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산업은행의 얘기만 들어보면 그럴듯한 인사 명분이 있는 것 같지만 낙하산 인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주주관계에 있는 회사를 관리, 감독할 방법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은 출신 재취업을 통해 주주관계 기업을 우회적으로 관리하는 것보다 이사회 참여 등을 통해 직접 관리하는 것이 더 떳떳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낙하산(재취업) 인사를 통해 관리했다가 제대로 된 경영 실적이 나오지 못할 경우 산은 출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일침했다.

필자는 이동걸 산은 회장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평소에 경제개혁을 강조해 온 분으로 전해들어 왔다. 산은이 이 참에 일말의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남은 재취업(낙하산) 관행까지 근절해 확실한 개혁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 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특히 산업은행이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대거 참여하고 이 곳에 자행출신을 여럿 내려 보내는 것은 우리나라 기존 재벌들의 행태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일부 전문가는 내놨다. 평소 재벌개혁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이동걸 회장의 향후 개혁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필자가 생생히 기억컨대 산은엔 아픈 과거의 상처가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에 산은 출신이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내려갔는데도 대우조선 분식회계 등 불법을 막지 못했을뿐더러 오히려 낙하산으로 내려간 산은 출신 대우조선 부사장이 구속되는 사례까지 있었다. 또한 대우건설의 경우 산은 출신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상황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돌발 변수가 생겨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상황이 이랬는데도 산은 출신이 관계사에 내려가 있어야 관리감독이 잘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지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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