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금리' 논란을 초래한 당사자는 첫 임기 때 이주열 총재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약 20년 전 한국은행을 출입할 때, 인포맥스의 채권시장담당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금융시장을 영역별로 전문화해 취재하는 매체여서 주고받을 정보가 많았다.

나는 그를 ‘금리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그는 이제 이 회사의 데스크가 됐고 담당취재는 산업부 등 정부부처로 바뀐 듯 했다.

그런데 그에게는 기자경력에 금리가 운명의 영역인 듯하다. 최근 보니, 그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기사를 썼는데 내용은 한국은행 금리인상에 관한 것이었다. ‘금리맨’은 20년 세월이 흘러 출입처가 바뀌어도 여전히 금리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국토교통부를 취재하니 국토교통부 장관도 금리인상을 거론한다. 그러니 국토교통부 기자들이 이 순간만큼은 한국은행 출입기자 노릇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중앙은행의 독립을 제대로 인식 못해 나온 실수가 아닌 정황이 역력했다. 지금 정부는 확실히 금리인상을 원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것이 김현미 장관의 지난 2일 발언으로 더욱 명백해졌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사진=뉴시스.


통상적으로 정부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주기를 바라는 법이다. 금리가 지나치게 높으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금리인상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는 것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금리인상을 막았다가 터키리라가치 폭락을 초래한 것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총리 장관들이 나서서 금리인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례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단히 ‘양심적(?)’인 듯한 모습이다.

걱정되는 면은 물론 있다. 경제는 언제나 주어진 조건 속에서 하나의 균형 상태를 형성한다. 금리가 지나치게 높든 낮든 현재 금리수준에서 경제주체들이 그에 맞춰 행동한다.

한국은행이 아닌 제3자의 금리인상 압력은 시장이 예상치 못한 변수다. 이것은 현재의 균형 상태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온다. 대출을 갚지 못한 가계의 원리금 상환 압력이 커질 수 있고, 산업활동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특히 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은 최소 6개월의 기간에 걸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금리’ 수준에 대한 고민은 안할 수가 없다. 특히 미국의 금리가 올해 연말에도 또 올라, 한국보다 0.75~1.00%포인트 높아질 것이 매우 유력하다. 한국의 금리가 너무 낮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사실 ‘적정금리’ 수준에 대한 고민은 전적으로 한국은행이 했어야 하는 일이다.

정부 곳곳에서 오히려 금리인상을 얘기하고 있는 현상은, 현재 금리가 결정된 과정의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만큼 2014년 이후의 금리 결정과정이 설득력을 크게 잃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는 개인적으로 대단히 송구한 얘기지만, 단적으로 얘기해 그가 취임한 후의 통화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또 한 차례 임기를 연임하게 됐다. 1998년 한국은행이 현재 체제를 갖춘 이후 처음 있는 영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지금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에 의해 그의 앞선 2014~2018년 3월 임기에 대한 중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낙연 총리와 김현미 장관이 보낸 신호가 이 총재에게 접수된 모습도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4일 “금융불균형이 누적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사실상 사상 최초 연임의 영광을 선물로 받았다. 그에 대한 첫 번째 보답을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임기 때 파생결과에 대한 청소로 해야 할 입장이 됐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에 난색을 표했는데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당시 부총리가 “척하면 통한다”고 발언한 직후 금통위가 금리를 내린 적도 있다. 이주열 총재가 2014년 3월 취임한 후 그해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다섯 번이나 금리를 내리면서 2.5%이던 기준금리를 반토막내 버렸다.

심지어 Fed의 제로금리 탈피와 긴축 전환이 유력해진 2015년 이후에도 세 번 금리를 내렸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한국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확대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이주열 총재 책임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총재는 연임됨으로써 자신이 초래한 결과를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갖게 됐다.

진작 올려야 할 금리 뒤늦게 올리는 것이 다가 아닐 것이다. 잘못을 시정하는 또 하나의 잘못이 되지 않게 신중해야 할 필요도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은행 스스로 정책 수행을 잘못했던 점을 자각한다면, 반드시 이를 훗날의 한국은행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자성의 흔적을 남겨두는 것 역시 절실하다.

그래도 정부 고위인사들은 이제 금리인상에 대해 이제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금리인상 신호가 지나치게 강하게 시장에 전달될 경우,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이란, 당장 뚜렷한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마구 스위치를 높였다가는 1년, 2년 후 감당도 못할 폭풍우를 몰고 온다는 이치를 모른다면 절대 금리를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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