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종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환율로도 한미 금리격차 대응할 수 있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최근 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앞 다퉈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는 배경에는 전 정권에서의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때의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추진한 ‘빚내서 집사라’ 정책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자동문 통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와 한은이 제 역할을 못하고 당시 정부에 끌려 다녔다는 정황은 2014년 8월~2016년 6월 다섯 차례 금리인하 기간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을 포함한 행적에서도 역력하다.

하지만 개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책이 이뤄지는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굵직한 원인 외에도 다른 크고작은 원인들이 함께 작용한다.

금융연구원의 김남종 연구위원이 금융브리프 최신호인 7일자 금융논단에서 작성한 ‘글로벌 금융사이클과 환율정책의 유효성’이란 보고서는 정치와 무관한 세계 경제의 관점에서 통화정책과 환율에 접근하고 있다.

김남종 연구위원은 미국과 같이 영향력이 큰 선진국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쓴 것은 신흥국들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는데도 선진국의 초저금리를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국제금융 상황에서 개별국가가 자체의 독립적 정책을 수행하는 방법은 환율을 통해 외부충격을 차단하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환율의 대외충격 차단 역할이 무의미해졌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상당수 연구를 통한 반론이 전개됐다고 소개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김남종 연구위원이 강조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양적완화를 끝내고 연속 금리인상에 나선 현재 이후다. 양적완화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는 긍정적 효과를 미쳤지만 상대적으로 신흥국들에게는 경기과열 및 금융위험 누증의 문제를 수반했고, 이는 글로벌 통화긴축 국면에서 신흥국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보다 미국의 금리가 갈수록 높아져 자본유출 등의 문제가 예상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유연한 환율의 변동과 이를 통한 통화정책의 자율성 확보가 부정적인 전이효과를 일정 부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Fed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한국과의 정책금리는 역전된 상황인데 한국이 Fed에 발맞춰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국내 경기 사이클 및 금융여건이 미국과 상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또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유인과, 낮은 인플레이션 등 실물경기적 이유로 인해 금리인상을 늦출 유인사이에서 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넓히고 정책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대외자산의 증가 등으로 신흥국들 중에서도 펀더멘털이 양호한 편에 속한다”며 “또한 그간 실행돼 온 일련의 대외건전성 규제들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적정 수준의 유연한 환율 변동을 통해 얻는 효익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화환율의 상승을 용인하면서 대외충격을 환율이 흡수해주면, 한국은행이 다급하게 미국과의 금리격차를 줄이기 위한 금리인상에 나설 절박함이 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 중반 Fed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려 투자자금이 한국과 같은 신흥국시장에서 이탈해 미국으로 집중될 때, 한국은 사상 최대 경상수지 적자도 안게 됐다. 원화가치 절하가 불가피했는데 한국의 외환당국은 이를 최대한 억제하려다 외환보유액을 고갈시키고 말았다. 끝내 1997년 외환위기, 즉 ‘IMF 위기’가 발생하고 말았다.

당시에도 원화가치 절하를 용인했으면 위기를 면하거나 충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사상최대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직후여서 원화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김남종 연구위원의 언급은 아니지만 그의 분석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박근혜 정부 때 한은이 금리를 내림으로써 환율을 높게 유지해 수출을 유도하는 결과가 된 것으로도 추론해 볼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과학적 분석시도는 절대로 한국은행의 정책에 대한 변명거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화정책은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위한 것이 아니지만, 수출 촉진만을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동네북’ 신세가 돼 있는 한은의 과거는 당시 시장에서도 사전에 전달하는 정보와 일치되지 않는 정책이란 비판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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