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고낸 삼성증권, 유진증권 등도 고액 보수...고객 보호 논란도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경제공약인 '소득주도 성장' 실현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 등 각종 분배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용지표 부진과 경기둔화 우려로 경제상황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이에 정부는 재계를 향해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고통 분담 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증권사 등 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부가 고액 연봉을 챙기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파생결합증권 발행 남발로 투자자들의 손실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상반기에만 고액의 연봉잔치를 벌여 눈길을 끈다. 뿐만이 아니다.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에서는 불미스런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전직 또는 현직 사장이 고액 연봉을 받아 눈총을 받기도 한다.

8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상당수 증권사 CEO들은 올 상반기(1~6월) 보수로 10억~20억원이나 되는 뭉칫돈을 챙겼다. 현직증권사 CEO 중 상반기에 10억원 이상을 보수로 받은 사람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20억2755만원),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15억1900만원),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사장(14억4000만원),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부회장(13억7436억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10억9000만원) 등 수두룩 하다.

이중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증권이 배당사고를 낸지 한 달 만인 지난 5월 해외주식 병합날짜를 뒤늦게 전산처리 하면서 한 고객이 실제 가진 해외주식보다 더 많이 매매하는 오류사고가 발생해 파장이 일었는데도 사장은 고액의 보수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 사상초유의 배당사고로 중징계를 받은 삼성증권의 경우 윤용암 전 사장에게 무려 35억7100만원을 보수로 챙겨줬다. 윤 전 사장은 상반기에 급여 3억2400만원과 상여금 3억6000만원, 기타 근로소득 2000만원, 퇴직소득 28억6700만원을 받았다. 윤 전 사장은 배당사고 관련 내부통제시스템 소홀로 지난 7월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임요구'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던 구성훈 전 사장은 취임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직한 데다 보수가 5억원을 넘지 않아 공시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증권은 배당사고로 브랜드 이미지 및 고객신뢰가 추락한 것은 물론 수백억원의 투자자 손실 보상,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제재 등의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삼성증권이 중징계를 받은 전직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수십억원의 보수를 지급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일부 증권사는 고액연봉과 관련해 증권사의 특수성을 이해해 달라는 얘기도 하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경우 지난 3월 취임 후 불과 3개월 만에 11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 사장은 급여 2억5000만원에 전 IB사업부 대표로 재직하며 2년 연속 1500억원 이상의 경상이익을 시현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성과급 8억39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타금융사와 달리 보수책정 기준이 다르다"며 "정영채 사장은 IB사업부 대표일 때보다 연봉이 오히려 줄었고, 다른 메이저 증권사 사장들과 비교해도 고액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내에서는 정 사장의 연봉이 NH투자증권의 실적 기여도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및 농협금융 내 다른 계열사 CEO들과 비교해 많은 돈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요 증권사 CEO들은 연간 3조원 내외의 실적을 지휘하는 대형 금융지주사 회장들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어 고액연봉 논란은 향후 지속될 전망이다.

예컨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7억48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지난해 12월 단기성과급을 받으면서 올 상반기 보수총액은 5억원 미만으로 공시대상에서 제외됐다.

양대 지주사의 상반기 순익은 KB금융 1조9150억원, 신한금융 1조795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반해 증권사들의 경우 상반기 순익은 대부분 3000억원을 밑돌았다.

일각에선 증권사 일부 경영진의 고액 보수체계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탐욕'을 타도하는 피켓시위가 일어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 역시 각종 파생상품으로 개미투자자들을 왕창 유치하고 그 수익으로 고액연봉을 받는 행태를 지속하는데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ELS발행액은 48조944억원으로 원금비보장형이 대다수(91.3%)를 차지했다. 펀드수익률(에프앤가이드 집계자료)은 연초 이후(1월~9월 17일 기준) 국내주식형 펀드 -6.89%, 해외주식형 펀드 -6.01%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 CEO들이 고액연봉을 받아가면서도 투자자 보호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현 정부의 분배정책이나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와도 역행하는 것으로, 금융권 보수체계에 대한 구조적 고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국회 국정감사가 오는 10일부터 진행되는데,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금융사들의 고객보호 문제, 사고 낸 증권사들의 고액보수 문제, 증권계 등의 투자자 보호 문제 등이 다뤄질 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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