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주요 방송들이 최근 대치동 유명논술학원의 억대 연봉을 받는 강사에 대해 보도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밤에만 강사고, 낮에는 금융감독원의 공직자였다는 것이다.

방송 기자가 학원 강사명단의 이름을 들이대자 그는 처음에는 자기 아내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기자가 곧 ‘빼박(빼도 박도 못한다는 의미의 유행어)’ 증거를 들이대자 금감원과 이해관계가 없는 업종이라서 등의 해명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의 교수 한 사람도 이 학원 논술 강사였음이 드러났다. 이 교수는 학원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대단히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1980년대 비밀과외 교사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취재진이 증거를 들이대자 이 교수 역시 처음에는 자기아내라고 둘러댔다는 것이다.

1990년대 한 때, 여대생들이 유흥업소에 접대부로 나간다고 개탄하는 여론이 많았다. 당시 우스갯소리는 이런 개탄을 뒤집는 것이었다. “술집 아가씨가 향학열이 높아 대학도 다니는 정신이 갸륵하다.”

유명강사인 금감원 직원에 대한 비평 역시 그의 정체성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질지도 모른다.

보도에 따르면, 그의 강사료 수입은 1억 원대로 자신이 밝힌 금감원 평균 연봉보다 많다. 이걸 기준으로 한다면, 그의 제1 정체성은 학원 강사가 된다. 따라서 금감원 공직자가 강사 노릇을 했다기보다 학원 강사가 남는 시간에 금감원에서 봉직한 것이 된다. 그가 변명한대로, 금감원 업무도 학원 강사의 사적 이익에 동원될 여지가 별로 없기는 하다.

그렇다면 그의 행위는 아무 비판을 받을 여지가 없는 것인가. 몸가짐에 철저해야 할 공직자가 학원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 외에도 확실한 문제 하나는 있다.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수험생의 부모들은 강사가 높은 강사료를 받는 만큼 더욱 더 잘 가르치는 일에 헌신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국 부모들이 자녀 입시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거는 풍토를 생각하면 수험생 가르치는 일은 한 순간도 소홀한 틈이 없다.

그런 사람이 낮 시간에 좀 더 가르치는 실력을 연마한 것이 아니라 금감원에 출근을 했다면 학부모 입장에선 학원에 대해 “꼭 이런 선생만 데려와야 했냐”고 따질 소지도 있다.

관청이나 금감원에서도 많은 보고서나 보도자료를 생산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문체로 논술을 가르쳤다가는 억대 연봉커녕 학원에 일주일도 붙어있기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금감원이 그렇게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자세로 일할 곳이냐다.

세상 만물에는 각자의 격이 있다고 한다. 격이란 좋고 나쁨의 차이를 가르는 것이 아니다. 본연의 길이 다르다는 구분이다. 금감원 공직자나 학원 강사 사이에도 그런 격을 가르는 벽이 존재한다. 격을 소홀히 여기다가 구설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을 금감원과 학원 가운데 어디서 더 보였는지를 판단해, 미련을 버릴 것을 버렸다면 피할 수 있었을 말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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