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치열해지며 가격조정 주기도 짧아져...외부 영향엔 그만큼 취약

▲ 아마존이 최근 미국 뉴욕에 개점한 오프라인 매장.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미국 최대의 온라인 매장인 아마존이 지난 달 말 뉴욕에서 첫 오프라인 매장을 개점한 가운데 미국 소매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아마존은 신규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판매 인기 상품을 직접 판매해 일반 소매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로드 앤 테일러(Lord & Taylor) 백화점이 뉴욕본점의 문을 닫기로 결정하는 등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이 위축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이 미국 소매업체들의 경쟁을 심화시키기는 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도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9일 키움증권은 최근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까발로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가격조정 주기 단축 ▲로컬가격 소멸 현상  등 크게 두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다른 경쟁기업보다 가격조정 주기가 훨씬 짧은 편이다.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경우 알고리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령들로 순서화된 절차)을 기반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경쟁사의 가격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마트등 전통 오프라인 소매업체들도 이러한 방식을 따르면서 가격조정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가구나 가정용품의 경우 10년 전까지만 해도 15개월 동안 제품 가격표가 유지됐다면 최근에는 가격 조정 주기가 5개월 안팎으로 단축됐다.

가격 조정 주기가 짧아졌을 뿐만 아니라 로컬 가격도 소멸되는 추세다. 미국은 국토가 넓기 때문에 음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제품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류비용 등도 가격 차별화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아마존 등 강력한 온라인 소매판매기업들이 등장한 이후 이런 현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상품의 가격과 크기에 따라 배송비를 결정하는 아마존의 전략을 경쟁업체들이 추종하면서 미국 전역에 '전국 단일가격’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레저 및 가전제품 등 아마존과 경합관계에 있는 품목일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아마존이 음식료품 기업인 홀푸드를 인수한 이후에는 지역별 가격 차이가 컸던 음식료품마저 단일가격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격조정 주기 단축과 단일가격 등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싼 값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지만 소매업체들의 경쟁 강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을 높이는 결과도 가져온다. 전국 단위의 단일가격을 온라인 소매기업들이 재빠르게 가격을 조정함에 따라 외부충격이 있을 경우 이를 소매가격으로 전가시키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로 유가 급등 등 외부충격이 있을 경우 즉각적인 인플레 압력의 고조로 연결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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