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불안, 미-중 갈등 격화, 이탈리아 불안에 미국증시 혼조 연출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8일(현지시각)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는 등 미국증시 불안이 이어졌다. 중국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불안감, 이탈리아 불안 확산에 따른 유럽증시 급락 등이 미국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미국의 국채금리 급등 우려감 지속도 미국증시를 계속 불안케 했다.

건설주, 소매주, 은행주 등이 강세를 보였으나 미국증시 대형주를 상징하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주와 반도체, 바이오 주가가 모두 하락한 것이 미국증시 전반의 분위기를 짓눌렀다. 이날 미국 기술주 전반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 정유주들도 엑손모빌을 제외하고 대부분 하락하면서 미국증시 발목을 잡았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39.73포인트(0.15%) 상승한 2만6486.78을 기록했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14포인트(0.04%) 하락한 2884.43을 나타냈다. 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52.50포인트(0.67%) 떨어진 7735.9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미국 국채시장은 콜럼버스 데이로 휴장했다. 하지만 국채금리 급등 우려는 지속됐다.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3.5%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에 뉴욕 월가 일각에선 미국 10년물 금리가 3.5%로 뛸 경우 미국증시가 불안감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내놓고 있다. 특히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날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경기강화가 반드시 주식이나 세계경제에 나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증시가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감안할 때 특히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3.5%에 이르면 주가가 취약해질 것”이라며 “미국 증시가 너무 오른 만큼 이제 다른 나라 증시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앞서 8일(중국시각) 중국을 방문한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만난 자리에서 “무역관련 이슈를 놓고 서로 말싸움을 이어간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이달 15일 전후로 발표될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김장열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미국이 만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그야말로 미-중 갈등의 끝판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이 8일(현지시각) “오는 15일부터 중국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1%씩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중 환율전쟁 우려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 올랐고 이는 8일 중국증시를 급락시켰다. 중국증시 불안은 뒤이어 열린 유럽증시를 급락시키는데 영향을 미쳤고 나아가 이날 미국증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증시보다 조금 먼저 마감한 유럽증시가 이탈리아 불안 확산 우려 속에 3거래일 연속 급락한 것도 이날 미국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4일(미국시각) “이탈리아가 2조3000억 유로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주변국으로 위험이 전염될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유로존 전체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전한 이후 유럽증시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이날 미국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미국증시에서는 대형주를 상징하는 FAANG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페이스북이 0.05%, 아마존이 1.34%, 애플이 0.23%, 넷플릭스가 0.64%,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1.02% 각각 떨어졌다.

미국 기술주(IT)들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네트워크 등 대부분 분야에서 약세를 보였다. 미국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 소프트(-1.14%)와 어도비 시스템(-3.24%)의 주가가 급락했다. 이들 주식은 중국시장 영향도 종종 받는 게 특징이다. 또한 하드웨어 종목 중에선 3D시스템즈(-0.67%) 엔비디아(-1.52%) 등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네트워크 종목 중에선 시스코시스템즈의 주가가 1.27% 떨어졌다. 미국 IT 대장주인 애플과 다른 기술주들이 대체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 하루였다.

기술주 부진 속에 미국 반도체 섹터의 주가도 여전히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반도체 섹터의 주가는 최근 도이체방크, 모건스탠리 등의 향후 부정적 전망 속에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날에도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13%나 떨어졌고 주요 반도체 종목 중에서는 마이크론 테크(-1.17%) AMD(-3.25%) 등의 하락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정유주 중에서는 엑손모빌이 0.93% 상승한 반면 로얄더치쉘(-0.98%) 쉐브론(-0.39%) BP(-1.48%) 등은 하락하면서 증시 부진을 거들었다.

여기에 나스닥 바이오 인덱스(-0.85%)가 하락하는 등 바이오 섹터의 주가마도 신통치 않은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증시 부진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국채금리 고공행진 속에 이날 미국 은행주들은 상승세를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0.13%) 씨티그룹(+0.23%) 웰스파고(+0.90%) JP모건체이스(+0.61%) 등이 오름세로 마감됐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나홀로 건재한 가운데 미국 소매관련주, 건설주 등도 강세를 보였다.

소매유통주 중에선 달러제너럴(+1.53%) 월마트(+1.48%) JC페니(+2.47%) 등이 상승했고 소비재 종목 중에선 코스트코(+2.34%) P&G(+0.30%) 스타벅스(+1.40%) 얌브랜드(+0.71%) 코카콜라(+1.31%) 등의 종목이 올랐다.

건설주 중에선 레나(+1.47%) 톨브라더스(+1.37%) DR호튼(+0.97%) KB홈(+2.60%) 등이 동반 상승하며 미국증시 부진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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