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정권마다 초기에는 '재벌 개혁'이 최대 주제였다

▲ 회장 대신 사장만 잔뜩 나온 2014년 국정감사. /사진=장경순 기자.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2016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권선주 당시 기업은행장에게 잘 나가는 집 자녀들에 특혜를 베푼 것을 매섭게 추궁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의장 분위기에서 김 의원의 고군분투는 뭔가 겉돌았다. 이 날은 16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마지막 날이었다. 기업은행을 제외하면 다른 피감기관 출석자들의 손은 이미 자기 가방위에 얹혀있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이 나서서 “금융위원장께서 김 의원 질문에 ‘좋은 질문’이라고 말씀하셔서 시간을 1분 더 드렸다”고 농담을 하자 회의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훈훈함을 되찾았다. 돌이킬 수 없는 방학직전 종례 분위기에 덮여버렸다.

당시 정무위 국정감사를 취재하는 소감은 ‘대폭풍 직전의 화목잔치’였다. 원래 예정으로는 대통령선거에 돌입하기 직전의 국정감사이기도 했다.

2017년 대통령선거가 원래 예정대로 12월에 치러졌다면,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들을 소관하고 있는 정무위는 상대당 대통령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격전의 장이 된다. 2012년의 정무위가 그랬다.

그와 같은 대격전 한 해 전의 정무위는 마치 ‘우리 본심은 그런 거 아님’을 서로 확인하는 듯, 여야간 우정 가득하게 마무리됐다. 국회업무를 오래 본 사람들은 ‘과연 내년에도 이럴까’라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갔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그에 따른 조기 대통령선거로 인해 2017년 국정감사는 대통령선거와 전혀 무관하게 진행됐다.

대부분 국가기관장들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입장이어서 특별한 지적보다 잘 하겠다는 다짐을 받는 분위기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정권 1년차 국정감사가 원래 이렇게 순탄하게만 진행되지는 않는다. 새 정부 의욕이 드높은 시기여서 대부분 정권이 이 시기에 강조하는 과제가 있다. 바로 재벌개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1년차는 재벌들에게 정권은 안 바뀌었는데 세상은 좀 바뀐 듯 한 느낌을 줬다.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사법부가 검찰의 약식기소에도 불구하고 정식재판에 회부해 벌금을 700만원 구형보다 배 이상 늘어난 1500만원을 선고했다. 사법부는 “집행유예나 징역형은 못할 것 같냐”는 으름장도 놨다.

이런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 국정감사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2년가량 세월에 등등했던 ‘경제민주화’ 기세는 눈에 띄게 약해졌다.

사법부는 국회를 외면하는 재벌총수들에게 단단히 경고했지만, 국회가 먼저 의지가 약해졌다.

재벌 총수들을 못 부르니 애꿎은 사장들만 잔뜩 불렀다. 그래놓고는 맥이 빠져 증인이 누가 왔는지도 무시했다.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는 7명의 대기업 사장들이 불려나왔다. 불러서 오기는 했는데 질문 한 번 못 받고 간 사람도 있었다. 국정감사가 ‘면죄부나 주는 요식행위’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었다.

재벌총수라고 해서 꼭 국정감사에 나와야 되는 건 아니다. 동시에 재벌총수는 절대 국회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만약 국회가 2013~2015년 불러야 할 재벌회장을 틈틈이 불러내 부조리와 부패를 단속했다면 2016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총수들이 일거에 국회에 나오는 일도 예방했을 것이다.

20대 국회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각 기관의 업무 인수 직후라는 이유로 건너뛰다시피 했다.

올해 국정감사는 지난해 피감기관을 배려한 것까지 더해서 일을 해야 한다.

특히 정부 출범 초 국회는 사회적 강자들의 ‘갑질’에 억울한 일을 겪는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을 해 왔다.

이런 기대와 달리, 올해 국정감사도 벌써 힘이 빠졌다는 푸념이 들리긴 한다. 논란이 거센 자동차 부품 갑질 문제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출석 주장이 제기됐지만 무산됐다. 국회와는 무관하지만 국정감사를 코앞에 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심 재판에서 석방됐다.

재벌문제는 ‘달라진 것 하나 없다’라는 국민들의 실망이 깊어지는 시점의 국정감사다. 국회는 이런 국민들을 야구감독을 불러내는 것으로 만회해 보려는 모양이다. 이 감독의 문제는 “금메달만 따면 다 될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였다고 한다. 국회의 문제는 “야구감독만 불러오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일에는 언제나 ‘반전’의 여지가 있다. 올해 국정감사가 반전에 성공하려면,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를 소관하는 정무위원회의 역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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