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주장 2명으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결단하면 언제든 인상 가능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18일 기준금리 1.5% 유지는 또 한 명의 소수 반대의견을 불러왔다. 지난 8월31일 똑같은 결정을 할 때는 인상을 주장하는 금융통화위원이 1명이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두 명이 됐다.

올해 금통위원 명단은 한 명의 변화가 있다. 은행연합회 추천 위원인 함준호 위원의 지난 5월 임기만료로 임지원 위원이 새로 임명됐다.

함 위원의 퇴진은 ‘KDI 금통위’ 색채의 약화를 가져왔다. 그가 퇴임하기 전엔, 금통위원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인사가 3명에 달했다.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당연직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윤면식 한은 부총재를 제외하면, 5명 가운데 세 명이 KDI 출신이었다.

KDI 편중은 국회에서도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서 이혜훈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 때 “나도 KDI 출신이지만, 해도 너무한다”고 개탄했었다.

이번 금통위 회의를 외양만 놓고 보면, ‘KDI는 줄고 매파(hawkish. 금리인하보다 인상을 선호한다는 의미의 통화정책 비유어)는 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른바 ‘함정(?)’이 있다. 늘어난 매파의 정체가 비KDI 신임 인사인 임지원 위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내내 있던 위원 한 사람이 변심(?)한 경우다.

새로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합류한 사람은 고승범 위원이다. 그는 금융위원회 출신인 재무·금융관료다. 그의 추천기관도 금융위원장이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18일 회의에 참석한 고승범 금통위원. /사진=뉴시스.


관료출신 금통위원이 금리인하를 선호한다는 통념과 반대되는 사례가 됐다. 물론, 예전에도 장승우(전 기획예산처 장관) 남궁훈(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승태(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매파 성향을 보였던 관료출신 금통위원들이 없지는 않다.

주목되는 것은, 고승범 위원의 인상 주장이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되느냐다. 지금까지 인상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이일형 위원과도 또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이일형 위원은 한국은행 총재 추천 금통위원이다. 전통적으로, 한은 총재는 금통위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은 총재 추천 인사들이 가장 매파 성향을 드러내는 이유다.

고승범 위원처럼 정부기관 추천을 받은 인사들은 성향에서 한은 추천 인사들의 매파 성향에 맞서는 비둘기파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금리인상 주장을 내놓았다.

당연직 아닌 5명 가운데 두 명이 인상을 주장했다는 것은 한은 집행부 결정에 따라 금리인상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두 사람에 한은 총재, 부총재를 더하면 금통위 결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금통위원은 위원 개개인이 독립적인 통화정책 기관의 역할을 한다. 공식적으로는, 추천기관이 어디든 그 때 그때 주어진 경제상황에 따라 저마다 독립적인 결정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무튼, 정부 출신 금통위원 가운데서도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금통위원이 등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더욱 강하게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모습이 됐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답변 등을 통해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시했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금리 인상에 대해 “Fed가 미쳐가고 있다” “내 최대 위협은 Fed”라는 발언으로 불만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이와 정반대로, 국무총리부터 나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출신 통화정책위원의 인상 주장이 겹쳤다.

금통위에는 고 위원 외에 또 한 명의 정부추천 금통위원이 있다. KDI 출신 인사 중 하나인 조동철 위원이다. 그는 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위원이다. 금통위 합류 후 조 위원은 금리인상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하지만 조 위원의 성향 자체를 정부추천 인사라는 이유로 ‘비둘기파’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는 KDI 근무 때도 통화정책을 포함한 거시경제를 담당했다. 금리인하를 강하게 선호하는 원장이 재임할 때, 그는 이와 반대되는 보고서를 쓴 적도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전혀 중립적이지 못한 원장으로부터 “중립적 입장을 지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조 위원이 추천기관에 얽매여 정책적 입장이 영향받을 사람은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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