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간섭을 일축하지만, 달러 강세는 일정 부분 단속"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현재 한미간 금리역전 확대를 막기 위해 사실상 ‘필마단기’로 노력하는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기준금리를 인식이나 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결과로 보면 그렇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기준금리를 1.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 2.00~2.25%보다 낮다.

기간으로 봐서도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보다 낮을 이유는 없다. 한국은행 설명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7일물 RP매각 시 고정입찰금리”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는 은행들이 하루짜리(overnight) 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한국은행의 정책대상이 기준금리로 바뀌기 전의 콜금리와 같다.

연방기금금리는 지난 3월 1.50~1.75%로 올라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를 넘기 시작했다. 이후 6월과 9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꼬박꼬박 0.25%포인트씩 추가로 올라갔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된 오는 12월19일에도 0.25%포인트 올라갈 것이 유력하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이대로 유지할 경우, 한미간 금리 격차가 0.75~1%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이같은 한미간 금리격차 확대를 막는 방법은 두 가지. 한국은행이 따라 올리든가 Fed가 인상을 늦추든가다.

한은은 전통적으로, 금리인하에는 신속하되 인상에는 대단히 신중한 정책태세의 불균형을 갖고 있다. 올해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현미 국토건설부 장관이 나서서 금리인상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도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서 양국 금리격차를 줄일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 한은이 한 번 올릴 동안 미국은 두세 번 더 올리면서 격차를 더 벌일 가능성이 더 크다.

가능성 측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Fed 금리인상 저지 노력도 별 힘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는 점은 주목되고 있다.

지난 8월만 해도, 금리인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격하게 공감하지 않는다(not thrilled)” 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버락 오바마까지 세 명의 전임 대통령 24년을 거치면서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관행까지 버려가며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 뜻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Fed는 지난달 26일 또 금리를 올렸다. 이 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대통령의 간섭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의회로부터 미국인들을 위해 일을 하라는 정말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으며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수단도 부여받았다... 나와 우리 동료들은 독자적 권한을 갖고 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최고의 사고와 최고의 이론, 최고의 근거를 고려하면서 저마다의 관점에서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가격적 안정이란 측면에서 최대고용을 달성하도록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게 우리가 하는 일이고 정치적 요인이나 그와 같은 것들은 고려를 안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고, 이게 우리가 하는 일... 이것이 언제나 우리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답변했다. 상당히 힘주어 강조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트(T)’자도 입에 담지 않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는 이달 10일 “Fed가 미쳐가고 있다고 본다”고 더욱 격화돼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16일에는 “내 최대 위협이 Fed”라고 지목했다.

굳이 관례에서 벗어나면서까지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을 파월 의장으로 교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당초 기대와 다른 Fed와의 관계가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FOMC 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9월26일의 금리인상에 찬성했음이 이 때 의사록에 나타났다.

일부 국제금융 전문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이 Fed의 금리인상을 막지는 못하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심리는 다소나마 단속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 금리격차가 확대될 경우, 단순 금리차에 의한 자본 이탈도 우려되지만 환차손에 따라 이탈하는 자본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간섭이 후자는 일부나마 막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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