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혜선 "종감 때 '롯데갑질' 문제 제기"...김상조 "거래관행 개선할 것"

▲ 8개월만에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벌 대기업의 '갑질문제'가 중요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재벌 서열 5위인 롯데그룹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발맞춰 '5년간 50조원 투자·7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지만, 같은날 국회에선 '롯데 갑질' 피해자들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피해 실상을 전하는 상반된 상황이 펼쳐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롯데의 두 얼굴'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오는 25일 공정위 종합감사에서 롯데의 갑질 문제를 집중 제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대응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날(23일) 향후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부문별 투자규모는 화학·건설 20조원, 유통부문 12조5000억원, 식품 5조원 등이다. 또한 롯데는 세부적인 채용계획도 제시했다. 내년 1만3000여명 채용 등 매년 규모를 늘려 2023년까지 7만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롯데의 이번 대규모 투자·고용계획 발표에 대해 재계와 다수 언론에서는 '통 큰 결단'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집행유예 처분'에 대한 답례가 아니냐는 시선도 여전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5일 '뇌물혐의'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지난 2월 법정 구속된지 8개월(234일)만에 석방됐다. 검찰이 징역 14년의 중형을 구형한 상황에서 법원이 신 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올해 고용지표 부진과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등 국내 경제상황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속에서 주요 재벌 총수들이 나서서 고통분담에 동참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 회장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날, 다른 쪽에선 공교롭게도 '롯데갑질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롯데의 '명과 암'의 모습이 동시에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추혜선 의원(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은 23일 국회에서 롯데갑질 피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5월 17일 롯데갑질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한 후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쇼핑몰, 롯데시네마, 세븐일레븐(편의점) 등 롯데 계열사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는 다수의 피해신고를 접수했다.

추 의원은 "롯데그룹의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었고, 심지어 사기에 가까운 갑질 사례들까지 확인되고 있다"며 "그 내용을 봐도 대기업의 갑질 유형이 총망라된 갑질 종합 백화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추혜선 의원실이 공개한 갑질피해 사례를 보면 중소기업인 아하엠텍은 2008년 롯데건설로부터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공사를 수주해 하도급계약을 맺고 공사에 참여했으나 추가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백화점에서 명품쌀을 판매하던 가나안네츄럴은 2004년 롯데상사로부터 월 2500톤의 쌀 매입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미곡종합처리센터인 가나안당진RPC를 설립했지만 롯데상사가 실제 매입한 쌀은 50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대금결제도 해주지 않아 결국 2008년 도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리하게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출점한 후 빈 매장을 채우기 위해 강제로 입점시킨 피해사례도 적지 않았다. 기존에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자영업자에게 다른 백화점에도 입점하지 않으면 장사를 못 하게 하겠다는 협박이 동원되기도 했고 사업에 대한 정보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가맹계약을 체결했다가 폐업한 편의점도 많았다는 것이다.

러시아 롯데백화점에 입점했던 매장(중소업체 아리아)은 15일 전에만 통보하면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는 불공정한 계약을 근거로 계약 만기를 2년이나 남겨놓고 쫓겨나야 했다는 게 추 의원의 설명이다.

추 의원은 특히 "롯데는 불공정행위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후에도 피해자들에 대해 회유·협박·기망을 반복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25일 있을 공정위 종합감사에서 롯데의 갑질행태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상조 위원장도 간담회에서 "공정위에 신고 내지 재신고된 사건에 대해서는 저를 비롯해 공정위 전체 직원들이 잘 알고 있고, 열심히 조사하고 있다"며 "개개의 사건 처리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거래 구조와 관행이 공정하고 선진화될 수 있도록 모범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정위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공정경제'를 강조해온 만큼 공정위를 비롯한 관련부처에서 재벌 대기업의 '갑질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 국감에서 유독 '갑질문제'가 주요 사안으로 다뤄졌던 만큼 롯데그룹 차원에서 직접 쇄신안 등을 통해 정면돌파에 나설지도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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