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의 사업 재개 준비...관건은 완전 비핵화 요구하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8월3일 정몽헌 전 회장의 15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 고성 남북출입사무소를 나서는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남북화해 분위기가 ‘원조 현대종가’ 현대그룹의 부활을 가져올 것인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주회사로 하는 현대그룹은 작고한 정몽헌 전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다. 정주영 창업회장의 현대그룹이 2000년 계열분리를 할 때는 적장계열로 간주됐다. 그러나 이후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사세가 약화된 반면,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이 크게 성장해 오늘날 ‘왕회장’의 적장그룹 자리를 현대자동차에 내주고 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개선돼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도 재개될 경우 현대그룹의 위상이 크게 도약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관건은 과연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제정세가 현대그룹에 혜택을 줄 정도로 개선되느냐다.

세계적 경제언론인 로이터는 31일 기사에서 “한국의 재벌인 현대그룹에게 북한은 많은 상실과 비극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3년 정몽헌 회장이 대북송금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가 자살하고 2008년 한국인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남북 관계는 개성공단까지 폐쇄될 정도로 경색되고 말았다.

로이터는 “그러나 한반도 정세 완화에 고무돼, 현대그룹은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개발가능성을 기대하며 북한에서 사업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국제 제재가 얼마나 신속하게 완화될 지는 불확실하지만, 현대그룹의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한반도 평화의 배당금을 가장 크게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백천호 현대아산 이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많은 투자를 해왔고 북한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탄탄하고 폭넓은 네트워크와 권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북한 지역인 아산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실용적 의미와 함께 기업사의 상징적 의미도 갖고 있다.

로이터는 비상장사인 현대아산의 장외주가가 올해 4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현대아산이 개성에서 50년 동안 맨해튼 크기의 부지를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고 단지가동이 재개될 경우 2000개 회사와 35만명의 북한 노동자를 수용할 공단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개발된 자산은 5%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관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라고 로이터는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마크 램버트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은 지난 7월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에서 10여명의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비핵화 이전엔 아무런 사업 재개도 불가함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회의의 참석자는 “회의장 분위기가 으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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