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감선 재벌총수 증인서 모두 제외...형평 논란, 재벌개혁 배치?

▲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국회가 재벌 총수를 존중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국정감사 때 재벌 총수를 줄줄이 불러내는 것도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재벌 총수라 해서 무조건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오지 않게 하는 것 또한 문제가 많다고 본다.

기자가 보기에 지난달 말 끝난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벌 총수들은 유난히 각별한 보호를 받았다. 국회의원들이 재벌 총수를 너도나도 증인으로 요청한 것도 아닌데, 일부 책임 있는 답변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재벌의 총수만을 일부 의원이 출석을 요청했는데도, 재벌총수는 국정감사 증인에서 예외 없이 제외됐다.

올해 국회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 대상으로 거명된 재벌 총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 포스코 그룹의 최정우 회장이 초반부터 증인 대상으로 거명된 정도다. 국감 도중에 GS그룹 허창수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정도가 증인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렸을 뿐이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완성차 업체의 갑질로 한국의 자동차 부품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자동차 부품산업 불공정 거래 해소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 성 의원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거듭 요청했으나 정무위원회 간사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기에 국회 산자위 위원들은 국정감사 초기에 포스코의 각종 부실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최정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키로 했다가 결국은 빼줬다.

평화민주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달 16일 기획재정위원회 국감 때 “GS건설의 갑질 의혹이 심각하다”면서 책임 있는 답변을 들으려면 허창수 GS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증인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지난달 16일 기획재정위 국감 때 라오스 댐 붕괴사태와 관련해 증인으로 나오기로 했던 SK건설 대표가 한때 출석하지 않자 최태원 SK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면서 경고했으나 결국은 SK건설 부회장이 출석하면서 최 회장의 국감 출석은 면제됐다.

이밖에 안민석 의원은 축구협회 비리 의혹과 관련해 축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국감때 부른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과거 한때 국정감사에서 너무 많은 재벌 총수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논란이 일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재벌 총수들은 모두 증인 출석을 피했다. 우리 재벌의 막강한 힘을 또 한 번 목격할 수 있는 국감이었다.

그러나 논란거리가 많은 재벌의 총수마저 부르지 않는다면 그건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재벌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우리나라 재벌 중 중소 협력업체에 갑질을 일삼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어떤 업종은 특정 재벌의 갑질 때문에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재벌 총수는 무조건 증인에서 빼줘야 한다면 의욕적으로 재벌 개혁을 추진하는 국회의원의 의욕을 꺾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특정 재벌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에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재벌 갑질을 근절할 필요가 아주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국정감사 때도 이 재벌, 저 재벌의 갑질 문제가 불거졌음은 물론이다. 국정감사 도중 초이스경제기사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은 “OO그룹 회장은 반드시 증인으로 나와 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제 국회는 재벌 총수를 생각하는 것 못지않게 재벌들의 갑질로 눈물을 흘리는 중소기업계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중소, 중견기업 오너는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와도 되고 거대 재벌 총수는 나오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는 것인가. 앞으로 열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행여 재벌 총수라고 해서 무조건 빠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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