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양적완화 연기 발언 불구, 외국인 한국 증시 시간두고 판단할 것

 재닛 옐런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 의장 후보의 상원 청문회가 무난히, 아무 탈 없이 끝난 가운데 미국 시장이 환호하고 한국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시장과 한국시장간 온도차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옐런의 발언이 한국 시장에 미칠 효과가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던 유로존 성장이 다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 일본 경기부진에 따른 엔-달러 환율 급등, 그리고 이번 옐런 발언을 계기로 달러화 자금의 아시아시장 이탈 기회 확보 우려감이 커진 점 등이 그것이다.
 
이에따라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도 옐런 발언이후 갑자기 한국시장에 달려들기 보다는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흐름 등을 봐가며 시간을 두고 한국시장에 대한 판단을 굳힐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5일 국내 증권계에 따르면 14일(미국시각) 옐런에 대한 의회 청문회는 아주 순조롭게 끝났다. 옐런이 아주 착실히 준비한 끝에 어떤 리스크도 노출되지 않았다. 과거 벤 버냉키 의장의 경우 기조연설에선 시장 친화적 발언을 했다가 막상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시장에 혼선을 주기도 했으나 옐런의 청문회에선 그런 우려는 전혀 표출되지 않았다. 미국 증시나 한국 증시를 위해서도 양호한 청문회 결과였다. 이르면 다음주중 옐런 인준을 위한 상원 투표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일단 옐런의 시장 친화적 발언으로 오는 12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은 낮아졌다. 내년 1월 또는 3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쪽으로 시장 전망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한국 경제나 시장으로선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에게 대비할 시간을 좀 더 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것이 한국 증시에 당장 아주 큰 호재를 안겨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시장을 둘러싼 복병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옐런의 시장 친화적 발언을 계기로 외국인들이 아시아시장에서 돈을 뺄 타임을 확보했다는 시각마저 대두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두 번째, 최근들어 외국인들의 미국 시장을 보는 눈과 한국 시장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것으로 보인다. 디커플링을 주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옐런이 제아무리 시장 친화적 발언을 쏟아내고 미국 증시가 나홀로 독주한다 해도 한국시장 상승기대와는 무관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최근 주가가 승승장구하는 데는 메이시스 등 미국 연말 소비시즌 관련 주식들 때문인데 이것들이 한국의 호재로 연결되기엔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런 한-미 증시에 대한 괴리된 시각은 뉴욕시장에서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 지표, 즉 MSCI 한국지수 흐름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밤 뉴욕의 MSCI한국 지수는 61.94로 0.39%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한국 코스피 지수로 치면 1950~1970선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 증시가 옐런 여파로 안도감을 찾긴 하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7%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도 한국 증시로선 당혹스런 대목이다. 왜냐하면 지난 10월말 이후 미국 국채수익률과 한국 코스피지수는 줄곧 디커플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미 국채수익률이 오르면 한국 코스피는 뒷걸음질 쳤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난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70%로 0.06% 하락하는데 그쳤다. 최근 한때 2.77%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양호한 흐름이나 아직 충분한 하락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적어도 2.65~2.67% 수준까지는 떨어져 줘야 한국 증시도 비로소 안심할 것이라는 진단이 그것이다.
 
 
그 뿐 아니다. 한국증시의 즉각 반등을 꺼리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지난밤 유로존 3분기 성장흐름이 크게 둔화되고 일본 3분기 성장률이 반토막 나면서 엔달러 환율이 다시 100엔 안착을 위해 공방을 벌일 정도로 엔저속도가 다시 부각됐다는 점은 여전히 한국 시장엔 우려스런 요인이다.
 
지난밤 뉴욕 외환시장에선 엔달러 환율이 장중 100엔을 돌파했다가 결국은 99.2엔으로 장을 마감했었다. 그러나 그 후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얘기가 나오면서 한국시각 15일 새벽 6시25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100.010엔으로 다시 100엔을 뛰어넘은 상태다.
 
물론 엔화환율 100엔 돌파와 관련해선 그 충격이 과거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 지난 1년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한국에겐 악재인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우려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최근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미국 시장에서마저 미국-일본차에 밀리는 형국에서 이같은 엔저 현상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유로존 경기 멈칫 현상도 한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한국증시가 어려울 때 그나마 힘이 되어준 곳이 유로존 이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증권계 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은 이제 한국에서 1070원선을 저항선으로 최근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나아가 미국 달러화가치 추가 약세 기조가 드러날 경우 그제서야 한국주식 적극 매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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