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의원, 현대차-모비스 합병 · 디자인보호법 개선 등 해법 제시
산자부 · 특허청 등 범부처 부품업체 경쟁력 제고 방안 마련 촉구

▲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현대자동차의 하도급 전속거래 및 갑질 문제를 비롯해 고사위기에 처한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대차와 부품업체간의 불합리한 이익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과 디자인보호법 개선 등의 다양한 해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성일종 의원은 10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와 25일 종합감사에서 현대차 문제를 집중 파고들었다.

성 의원은 "올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48%, 현대모비스는 6.8%인 반면 1차 협력업체 851개사 중 상장사 85개사의 영업이익률은 2%에 불과하다"면서 "모비스를 현대차와 합병을 시키든 없애든(사업부서로 편입)해서 6.8% 이익의 절반은 현대차에, 나머지 절반은 부품업체로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난색을 표하자 성 의원은 "국가와 회사가 힘을 합쳐서 부품업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프트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부품업체들 모두 고사하게 된다"고 지적했고 이 사장은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성 의원은 현대차의 전속거래 문제에 대해서도 "부품업체에 대한 현대자동차와 1차 밴더들의 갑질 행위를 경영적 차원에서 제대로 보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제대로 갈 수 없고, 위기가 올 때 어떻게 대처하려고 하느냐"고 질타했다.

디자인보호법 문제도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쟁력 제약요인으로 거론됐다. 성 의원은 법 적용이 자유로운 외국사례를 예로 들며 "독일의 경우 법무부 장관이 (완성차의) 자발적 서약에 대한 준수의사를 확인해 줘서 부품업체의 70%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현대차가 디자인보호법을 이용해서 부품거래를 못하게 돼 있어 부품업체의 이익률이 날 수가 없다"고 일침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에서 규제개선 과제 중 하나로 현행 15년에서 8년으로 기간을 단축하고 보호요건도 완화하는 내용으로 업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성 의원은 "8년도 길다"면서 "특허청 등 범부처가 전체적으로 협의해야 하고, 부품업체가 잘돼야 현대차의 원가율도 좋아진다"고 강조하며 제도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차의 전속협력업체(1차밴더) 금형탈취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고용진 의원은 "1차 협력사가 금형을 탈취하거나 금형을 몰래 복제해서 다른 업체에 넘기면 2차 협력업체는 꼼짝없이 파산하게 된다"며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평상시 2~3차 하청업체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원희 사장은 "2~3차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 문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국감에서도 다뤄졌다. 강길부 의원(무소속)은 10월 29일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에서 "현대·기아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자동차산업의 침체는 8000여개 부품업체들의 위기로 이어지고 간접고용까지 하면 117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모두 올 3분기에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0% 급감했고, 기아차는 전년 통상임금 기저효과 등으로 흑자전환(1173억원) 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무려 66.7% 이익이 줄었다. 현대모비스 영업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15.1% 감소한 4622억원에 그쳤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자동차산업 관련 긴급유동성자금 1조원을 긴급대책에 포함했고, 부품업체의 경우 각 지역에서 간담회를 통한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일부터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에 총 1조원 규모의 우대보증(신용보증기금 7000억원·기술보증기금 3000억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성일종 의원에 따르면 현대차에 납품 중인 부품업체들의 지난해 이익률은 1~3%에 불과한 반면, 독자브랜드를 갖춘 부품업체들은 10% 이상의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례로 현대차에 납품을 하면서 자사브랜드를 같이 팔고 있는 A업체의 경우 현대차에 6194억원의 부품을 팔아서 5.47%의 이익을 냈으나 자회사를 만들어 독자제품을 판매한 결과 14.07%의 이익을 냈다.

"부품업체가 살아야 현대차도 살 수 있다"는 성 의원의 지적은 위기에 처한 한국 자동차산업이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금융위와 공정위, 산자위, 특허청 등 관련부처가 이번 국감에서 나온 여러 지적들을 반영해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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