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7일 오전, 근무 중 잠시 ‘땡땡이’를 치러 회사 건물 밖으로 나왔다가 뜻밖의 인물과 마주 쳤다. 경제 개혁의 탄탄한 이론가 김상조 한성대 교수였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김상조 교수와 나는 제법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주로 2004년 공정거래법 논란이 뜨거웠던 무렵의 일이다.
 
당시에 나는 국회 정무위원회 취재기자로, 김 교수는 수 차례 열렸던 국회 공청회 패널로 자주 마주쳤다. 현장에서 국회의원들이 벌이는 온갖 희한한 언행의 ‘생쇼’를 함께 감상했다.
 
지금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8년 전에는 어떤 말들을 쏟아냈는지에 대해 나 스스로를 산 증인으로 여기고 있다. 이들의 지금 주장이 상당히 진보된 것이고 올바르기는 하지만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갖는 이유다.
 
김상조 교수는 최근까지 안식년을 보내고 귀국한 직후라고 밝혔다. 이제 다시 여러 가지 현안들에 대해 면밀히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활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노상에서 갑작스럽게 인터뷰를 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이 예의도 아니고, 또 예전 어려운 문제들 취재할 때 여러모로 도와주신 인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사진 한 장을 못 남겼다.
 
그래도 정말 궁금한 것 하나는 물어보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순환출자나 금산분리 논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수님이나 저나 그 분들이 예전에 무슨 말을 했던 사람들인지 뻔히 잘 아는데...”
 
김 교수로부터 거의 즉각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상당히 고무적인 평가를 매기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는 입법과정과 특히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겁니다”고 전제한 그는 “그러나 (이번의 논의는) 이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전전해 갔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봅니다”고 강조했다.
 
▲ 김상조 한성대 교수. /사진=뉴시스
 
일찍이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다 삼성 관계자들의 실력행사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쫓겨났던 김 교수다. 다음해 이 회사 주총에서는 무수한 회사측 주주들로부터 육두문자를 들으며 몇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그래도 일 년 새 한 가지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윤종용 부회장이 직접 진행한 이날, 회사측은 김 교수와 송호창 변호사(현 국회의원) 등 참여연대 일행의 주주권 행사를 전부 받아들여 임원선임 표결까지 진행했다. 주총이 끝난 후 윤 부회장은 김 교수 일행과 악수도 나눴다.
 
그가 개혁운동의 자리를 지키며 이끌어낸 변화들이다. 이런 분이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는데 일개 서생인 내가 오로지 꼬투리 잡는 일에만 매달리기도 부끄럽다. 나 또한 새롭게 믿음을 가져볼까 한다. 시일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들이 ‘역시나’스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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