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 보기드물게 상속세 완납키로... 다른 재벌은?"

▲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을 방문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이재웅 쏘카 대표(가운데).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명실상부하게 3세 시대를 시작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는 상속세 완납의 과제가 남았다. 재벌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주요 관심사다. 블룸버그는 12일 구광모 회장의 상속세 납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승계를 눈앞에 둔 다른 재벌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이 지난 5월 타계한 후 구광모 회장은 지난 2일 8.8%의 지분을 상속받아 주식회사 LG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첨단기술과 화학제품, 진공청소기,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지주회사다. 구 회장의 지분은 15%로 15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상속재산이 30억 원(270만 달러)을 넘으면 상속세율이 50%에 달한다. 최대주주의 지분을 상속받을 때 20%가 추가된다.

블룸버그가 관련자료를 인용해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최고상속세율이 55%, 한국 독일 스위스가 50%, 프랑스 45%, 미국 영국 네덜란드 40%, 필리핀 6%, 호주 중국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인도는 0%다.

블룸버그는 이를 근거로 구광모 회장이 납부할 상속세를 6억3000만 달러(7148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구 회장과 함께 2.5%를 상속받은 두 명의 누이지분까지 합치면 이들은 9000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한다.

LG그룹은 성명서를 통해 상속세를 향후 5년 이내 완납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재벌가는 막대한 상속세를 편법으로 줄이고 당국도 이를 힘써서 들추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해 지분구도가 단순해진 LG그룹에서는 과거 재벌들이 의심받는 편법의 활용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구 회장이 대출을 받거나 주요 계열사의 배당금을 늘리는 방법을 쓸수도 있다고 밝혔다.

어찌됐든, 구광모 회장이 상속세 완납을 실현할 경우 한국 사회에서 ‘깨끗하고 당당한 상속’ 사례로 주목받으면서 LG그룹 브랜드를 격상시킬 것이 분명하다.

블룸버그는 한국재벌이 상속세 완납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상속세를 우회하기 위해 자선재단을 세우거나 자녀들 이름으로 새로운 회사를 세우는 방법이 동원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함께 승계가 가까워진 것으로 보이는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도 상속세가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주식이 16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구광모 회장이 상속받은 규모와 차원을 달리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상속할 경우 세금은 수 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정의선 부회장도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 따르면 LG와 달리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직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승계의 때가 되면, 상속관련 고민이 커질 소지도 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이런 고민들을 없애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갈지도 관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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