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車 업체 대규모 땅투자, 고액임금, 잦은 노사갈등, 잦은 리콜, 협력업체 갑질...
이래놓고 정부지원 요청...車 업계 내부개혁, 구조조정부터 하는 게 순서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보도에 의하면 드디어 자동차 업계가 정부에 자동차 내수 활성화 대책과 부품업계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자동차 업계에 대한 세제지원, 금융지원, 규제완화 등을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 14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내수, 수출, 생산이 모두 후퇴하며 자동차 업계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게 건의의 배경이라고 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의 내수, 수출, 생산이 왜 이토록 악화됐는지를 놓고 스스로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상황이 과거보다 못해서 우리의 자동차 산업이 위축됐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인가. 그간 한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국민적 신뢰를 받았는가. 한국에 왜 수입차가 판치는지 생각해 봤는가. 한국 소비자들이 한국산 완성차를 사고 싶도록 행동했는가. 부품업체에 못할 짓은 하지 않았는가. 묻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부품 관련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문제 또는 불공정 관행 등이 집중 부각됐다. 그리고 이런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불공정 거래 관행이 부품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런 불공정 근절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이쯤이면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얘기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부품업체 한테 금융지원만 하라고 하면 그게 영구적인 대책인가. 근본적인 부품업체 생존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오죽했으면 일부 국회의원의 입에서 현대모비스를 현대자동차에 합병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겠는가.

▲ 국내 자동차 공장 내 수출차량 야적장. /사진=뉴시스

또 하나, 자동차 수출과 내수가 모두 위기라는데 그간 자동차 회사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악화시킨 측면은 없다고 보는가. 일부 완성차 업체의 경우 잘나갈 때 10조원 넘는 부동산 매입에 나선 것 등은 뭘로 설명할 것인가. 일부 완성차 업체는 거의 해마다 노사갈등을 빚으며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는가. 우리 자동차 업계의 임금이 높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는가. 정부가 나서 리콜을 적극 권고하고 나서야 국내 리콜을 단행한 적은 없는가. 해외에서 잦은 리콜비용이 실적악화를 야기한 적은 없는가. 우리 완성차 업체들의 그간 행적이 국민을 실망시킨 적은 없는가. 이 글을 쓰는 기자조차도 완성차 업체들이 매년 노사 갈등을 빚을 때마다 그 회사 차를 사기가 싫어진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거듭 강조컨대 완성차 업체는 정부에 지원요청을 하기에 앞서 스스로 자구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필요시 자체 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고 본다. 자체 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내수와 수출이 어려워진데는 한국 완성차 업체들 스스로의 책임도 많다고 본다. 자업자득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왜 자동차 업체들은 스스로 고쳐야 할 것은 밝히지 않으면서 세제지원이나 자금지원 얘기를 주로 꺼내는가.

국회 정무위 소속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 태안)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 국정감사에서 완성차 업체의 오너를 증인으로 세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관행을 집중 부각시켰듯이 앞으로 자동차 업계의 불공정 개선 여부를 철저히 지켜보겠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가 자신들의 허물은 확실하게 고치지 않으면서 정부지원이나 국민적 부담이 가는 지원을 요청한다면 이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도 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모름지기 우리의 일부 완성차 업체는 지금도 가진 게 많다고 본다. 어느 자동차 회사는 고가의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도 갖고 있다. 일본 니케이아시안리뷰는 우리나라 한 완성차 업체의 1인당 연간 인건비가 9200만원이나 된다고 보도한 게 엊그제다.

이런 남부러울 게 없는 자동차 회사가 사정이 좀 어려워졌다고 해서 정부에 손부터 내미는 게 제대로 된 순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자동차 업계가 더 크게 도약하는 데 방해가 되는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고 본다. 자동차 부품업계 생존방안은 전방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가 정부에 손을 내밀 때는 나 자신부터 뼈저린 자구책을 마련해 놓고 해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완성차 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자동차 업계를 주시하는 눈이 아주 많아졌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산자부 등 관련 부처나, 자동차 업계 모두 지금 자동차 업계를 바라보는 여론을 살폈으면 한다.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차원에서 최근 본지(초이스경제) 기사에 달린 댓글 몇 개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백마디 글보다 몇 개의 예가 더 잘 와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5일 제네시스DH란 네티즌은 “중국 지리자동차는 볼보를 인수하고 벤츠 인수까지 (노리며) 승승장구 하는데 정00 이는 땅사는데 정신 팔려서...”라고 꼬집었다. 다음날인 11월6일에는 한량이라는 네티즌이 “한전 부지 뻥튀기로 사지를 않나, 자국 소비자를 호갱 취급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11월 6일 ZZY라는 네티즌은 “앞서 한국GM (전)사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00차 이미지가 높아지긴 했지만 고급 브랜드에는 한참 멀다”며 “값 경쟁력을 통해 판매실적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돌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는 지적처럼, 시정이 있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우리 자동차 업계와 정부는 우리 소비자들의 인식이 어떤지부터 살펴가며 정부지원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국 GM은 먹튀 논란까지 야기하고 있다. 정부지원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조차도 한국GM에 주기로 한 절반의 돈을 지불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취지의 국정감사 답변을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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