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직원들 "퇴직자 일자리 위해 자회사 전환 강행" VS 산은 "충분히 협의"
산은 자회사 전환 문제 국감서도 지적...이학영 "정상의 정규직화 촉구"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가 15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은의 일방적인 자회사 결정 저지'를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임민희 기자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KDB산업은행이 두레비즈 등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오는 19일 '자회사 방식' 표결처리 의사를 밝히면서 용역직원들의 강력 반발을 사고 있다.

산은은 정규직전환 협의기구에서 충분한 협의를 가진 만큼 표결을 통해 자회사 전환(자회사 신설 후 용역직원 고용승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경지부 산업은행분회(이하 노조)는 협의기구 구성이 상당수 사측에 유리한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며 전원합의(만장일치)로 전환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직접고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노조 측은 산은이 퇴직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자회사 전환을 강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부 용역노동자들을 회유해 '자회사 추진단'을 만들고 위임장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15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산업은행 정규직전환 협의기구 파행운영 규탄 및 일방적인 자회사 결정 저지를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남용진 산업은행분회장은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직접고용을 통해 제대로된 정규직화를 시켜달라고 산은에 요구해 왔다"며 "특히 처우부분을 정부에서 제시하는 직무급제로 적용하고, 임금피크제(만60세)와 복지도 차별지급을 받을 테니 직접고용만 시켜달라고 했지만 산은은 자회사만이 유일한 정규직화 방안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노조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13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19일 정규직전환 협의기구에서 '추가 논의 없이 자회사 방식에 대한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공지문을 일방적으로 발송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관계자는 "당초 실무회의에서 합의된 안건만 협의기구에 올리기로 했지만 산은은 약속을 깨고 자회사 전환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노조가 거듭 비판하자 산은의 요청으로 15일 오후 긴급 실무회의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지난해 9월 정규직전환 협의기구를 구성한 이래 올해 10월말까지 총 19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정규직전환 협의기구 구성은 사측(산업은행) 6명, 노동자대표단 6명, 전문가위원 4명 등 총 16명으로 돼 있다. 하지만 노동자대표단에 산은 정규직 직원 2명(1명은 두레비즈 감사)이 포함되고, 외부전문가들도 대부분 산은의 자문변호사들로 구성돼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지난 7월 산은 인사부와 노조는 3차례 면담을 통해 전문가위원 1명을 노조가 추천하고, 노동자대표로 남용진 산은 분회장(시설직)이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또 정규직전환 협의기구 본회의에 앞서 사전에 의견을 조율해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실무회의'를 구성(노사 각각 4명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지난 10월말까지 정규직 전환방식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산은과 노동자대표단간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노동자대표단 주도로 산은과 정규직전환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노조 측은 산은에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정규직 전환 ▲면접심사를 통한 채용 ▲전환 대상자의 정년을 60세로 하되, 현재 재직 중인 자는 기존 관행(고령자 친화직종 정년 65세 권고 등)을 반영해 고용 보장 ▲산은 근무 전 기간에 대한 근속 인정 ▲임금체계는 현 수준을 기준으로, 산은 무기계약직 전환자의 임금 수준 고려 등의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 측은 산은이 자회사 전환의 명분을 쌓기 위해 일부 용역노동자 팀장, 소장 등을 사주해 '자회사 추진단'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남 분회장은 "현재 '자회사 추진단’이라는 단체가 각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용역노동자들에게 위임장과 가입원서를 받기 위해서 산은 정규직 직원들이 사용하는 '행랑(우편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며 "이 문서는 우리 용역노동자들한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산은 직원들을 통해서 전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연세가 많은 미화경비 노동자들은 문서를 보고 사인하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이 있는 게 아닐까라며 불안해하고 있고, 이미 사인한 분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렇게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 자회사 추진단 모집이 산은의 비호가 없었다면 정말 가능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남 분회장은 "정규직전환 협의기구 구성이 용역노동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표결에 부치면 자회사 방안이 통과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대다수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이 표결로 자회사 방식을 강행한다면 장외투쟁을 통해 끝까지 직접고용을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산은의 정규직전환 방식이 '자회사를 다시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레비즈는 산은 직원들의 친목단체인 행우회(2300여명)의 100% 자회사로, 산은 전·현직 임직원들이 경영권을 갖고 있다.

현재 산은 간부 출신 퇴직자가 두레비즈 대표를, 사내이사 2명은 현직 인사부 팀장과 총무부 팀장이, 감사는 산은 정규직 노조 간부가 맡고 있다. 산은은 두레비즈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년간 운전·청소·경비 등의 용역을 맡겨왔다. 산은 행우회는 2005년 6억원을 출자한 후 두레비즈를 통해 총 5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노조는 두레비즈 송흠래 사장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도 제기했다. 송흠래 사장은 산은 업무지원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3월 산은과 두레비즈가 체결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당사자로, 3개월 후인 7월 18일 퇴직 후 두레비즈 사장으로 취임했다. 송 사장이 자신이 체결한 계약의 수임 용역회사에 3개월만에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은 ‘공직자 윤리법’ 위반이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19일 '자회사 방식' 표결추진과 관련해 "인사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봤는데 19차례 회의에서 계속 같은 얘기만 되풀이 되고 있고, 노동자대표의 요구를 수용해 회사 노조대표와 근로자 한명을 추가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협의기구를 구성할 때 운영지침에 ‘전원동의’ 사항이 있어 이에 따라 표결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회사 추진단 운영 의혹과 관련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산은 관계자는 두레비즈 대표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산은의 용역업체 직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22일 산업은행 국감에서 "산은이 두레비즈를 자회사로 변화시켜서 간접고용 형태로 하려고 한다고 들었다"며 "두레비즈 대표 자리에 산은 측 담당자가 내려가서 한다고 하는데 결국은 자회사를 만들어 산은 임직원들이 퇴직하면 가는 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산은이 비정규 노동자들과 충분히 의견수렴을 해서 정상의 정규직화를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은 "(자회사 전환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정규직전환 협의기구를 통해서 협의 중"이라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산은과 용역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방식을 놓고 1년 넘게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 사안이 국감에서까지 지적된 만큼 산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를 잡음없이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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