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발표 다음날 금융계열사 매각 공식화
카드 · 보험산업 침체로 인수자 찾기 난항 예상...'뉴 롯데' 재건 적신호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인수자 찾기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업계의 실적악화가 우려되는 와중에, 롯데가 하필 이 시점에 롯데카드 매각계획을 발표한데 대해 과연 적절한 경영판단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잠재적 인수 후보로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지주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카드와 보험산업이 각종 규제 강화로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탓에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새주인 찾기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매각추진을 위해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매각일정 및 절차를 협의 중이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내년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8%, 롯데캐피탈 지분 38.1%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경우 호텔롯데가 지분 23.68%를 보유 중으로, 롯데지주가 직접 지분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향후 호텔롯데가 지주 계열사로 편입될 것을 감안해 미리 매각작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롯데는 BNK금융지주의 지분 11.14%를 가진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롯데는 우선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매각을 추진하면서 향후 시장상황을 고려해 롯데캐피탈과 BNK금융 보유지분 매각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롯데는 지난 27일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롯데와 전략적 방향을 같이하면서 롯데 임직원들을 보호하고 존중해 줄 인수자를 찾을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와 김현수 롯데손보 사장도 같은 날 임직원들에게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롯데카드(동양카드 2002년 12월 인수)와 롯데손보(대한화재 2008년 2월 인수)는 롯데에 인수된 지 각각 16년, 10년만에 새주인을 맞게 됐지만, 카드·보험산업 상황 악화로 매각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두고봐야 할 상황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 26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비용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카드수수료 우대가맹점의 범위를 연매출 30억원까지 확대하고, 연매출 50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도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편의점과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은 환영한 반면, 카드업계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카드수수료 인하안이 실현될 경우 카드사는 약 1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전년도 8개 전업카드사의 전체 순이익이 1조2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신용카드사는 적자를 감수하고,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 앉으라는 것이냐"며 강경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수수료 0%인 '제로페이'를 비롯해 카드 결제가 필요없는 '카카오페이', 'QR결제' 등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도 카드사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경상남도는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0%'로 낮추기 위해 '제로페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제로페이'는 내년 시행을 앞두고 12월 17일부터 서울시와 부산시, 창원시 등에서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이렇듯 카드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롯데카드 매각계획을 발표한 것은 경영판단의 실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산업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보험사들은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150% 지급여력((RBC) 비율을 맞추려면 자본 확충을 크게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는 각 업계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롯데카드의 최근 5년간 당기순이익을 보면 2013년 1522억원, 2014년 1474억원, 2015년 1198억원, 2016년 1105억원으로 실적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순익은 전년동기 대비 무려 57.6% 급감한 469억원에 그쳤다. 올해 3분기(1~9월) 누적 순익은 전년동기(345억원) 대비 103.3% 늘어난 7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손보는 3분기 누적 순익이 전년동기(572억원) 대비 8.3% 증가한 619억원을 시현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은 6월말 기준 155.6%로 3월말(163.7%)보다 8.1%포인트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실적이 부진한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빨리 매각해 경영부담을 줄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시기를 늦춘 롯데캐피탈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이 959억원으로 전년동기(994억원)으로 3.5% 감소했지만 금융계열사 중 가장 실적이 좋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금융사 가운데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곳은 많지 않다. 우리은행이 내년 1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비은행 부문 강화의지를 내비치면서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우리카드가 있는데다 우선적으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뇌물혐의' 관련 항소심(2심) 판결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8개월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 '뉴 롯데'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5년간 50조원 투자·7만명 고용' 계획을 내놓으며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보조를 맞추는 한편,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계열사 지분정리 작업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신 회장이 내년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 회사들을 적기에 성공적으로 매각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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