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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의장 변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좋아합니다(?)"
"연준 의장 변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좋아합니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8.11.29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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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이은 비난 속 파월 Fed 의장 말 바꿔... 미국도 중앙은행 독립 훼손?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역대 한국은행 총재들에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는 넘기 힘든 시련이었다. 한은의 정책이 조금만 석연치 않아도 Fed와 비교해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대표적인 비교대상이었다.

백악관 직원이 실수로 금리를 입에 담기만 해도 즉각 백악관이 나서서 해명하는 미국 풍토와 달리, 한국은 정부와 청와대, 심지어 집권당 지도자들이 거리낌 없이 금리 인하나 인상을 요구했다.

설령 정권의 간섭이 있어도 Fed는 이를 완전히 일축했지만, 한국은행은 총재가 불과 하루 전 남긴 말을 완전히 뒤집으며 복종한 일이 빈발했다.

이주열 총재는 특히 이 비난에 크게 시달린 총재 가운데 하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때의 다섯 차례 금리인하 뿐만 아니라, 당시 정권의 노골적인 발권력 동원 요구에도 굴복했다. 국회에서 유승민, 이혜훈 등 당시의 여당의원들까지 대통령에 맞설 것을 이 총재에게 요구하자, 그는 “통화정책(한국은행)이 아니라 재정(기획재정부)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며 수긍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했다.

정부 압력에 취약한 한은의 모습은 이 총재만의 문제도 아니다. 2002~2006년 총재인 박승 전 총재는 “금리인하는 황당하다”는 발언을 한지 한 달이 좀 넘어 금리를 내렸다. 박 전 총재는 이렇게 정부에 굴복했는데도 그는 석 달 후 더 심한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이번엔 안 내리려고 했는데 정부 입장을 수용한 금융통화위원들의 반란으로 금리를 내린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발생 후, 한국은행은 완전히 역사를 새로 쓰는 중앙은행이 됐다. 1998년 은행감독원을 금융감독원으로 독립시키는 한 편, 사실상 이때 탄생한 채권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최고권위 당국기관이 됐다.

이 때 취임한 고 전철환 총재가 4년 임기 동안 예전 ‘지준관리 시대’ 총재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을 한 결과, ‘파리 목숨’이라던 한은 총재 임기를 이후 모든 대통령들이 절대 보장하도록 만들었다. 시장에 대한 한은의 권위가 뿌리를 내리면서 얻은 성과다.

그러나 매번 금리결정 때마다 정부 또는 정권의 압력을 받는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전철환 총재 역시 금리인상을 시도했다가 정부 출신 금통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이후에 부임한 더욱 심약한(?) 총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는 전적으로 한국의 아직 일천한 통화정책이 안고 있는 한계라는 지적이 지금까지 일반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Fed 의장에 대한 비난을 시작하기 전까지다.

1993~2001년 재임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이후 2017년 퇴임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는 금리에 대한 백악관이나 정부 간섭을 관행의 힘으로 원천봉쇄했다.

그 이전인 1989~1993년 대통령 조지 부시는 연설을 통해 금리인하를 촉구한 적이 있다. 1960년대의 린든 존슨은 자신의 텍사스 별장으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Fed 의장을 불러들여 왜소한 체구의 그를 벽으로 밀어붙이며 통화정책을 간섭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떻든 클린턴 시대 인터넷 보급과 함께 호황을 구가한 미국은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의장이 완벽하게 독립된 중앙은행으로 Fed를 이끌었다. 이는 올해 초 퇴임한 재닛 옐런까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전 의장의 임기가 끝나갈수록 그에 대한 호감이 더해져 당초 자신의 교체의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기대까지 받은 파월 현 의장으로 끝내 Fed 의장을 교체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통화긴축 성향이 옐런 전 의장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한계를 벗어나고 말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오른쪽). /사진=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20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Fed의 금리인상에 대해 “격하게 공감하지 않는다(not thrilled)”며 비난을 시작했다. 이 때는 파월 의장이 취임 후 금리인상을 두 번 했을 때다.

9월26일 파월 의장이 세 번째 금리를 올리자,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더욱 거칠어졌다. 10월10일 기자들에게 그는 “Fed가 미쳐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올해 국정감사 발언 중 “미국도 좀 이상한 대통령이 나온 것”이라고 촌평했다.

이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을 임명한데 대해 “조금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Fed 의장 인사에서 마지막 순간엔 트럼프 대통령 홀로 옐런 당시 의장을 지키려던 상황도 떠올리게 만드는 발언이다.

그나마 당시 유력 후보 중, 옐런을 제외하면 파월 의장이 가장 온건한 인물이었다. 다른 유력 후보였던 존 테일러는 그가 만든 ‘테일러 공식’을 적용할 경우 연방기금금리를 파월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올릴 인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29일 국제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의 긴축기조를 누그러뜨린 듯한 발언에 환호하는 반응을 보였다.

파월 의장은 지난 달 “중립금리가 한참 멀었다”고 말했었지만 28일에는 “중립금리 바로 아래 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속내를 알기 어렵지만, 겉으로 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파월 의장이 굴복한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의 이같은 입장변화는 이주열 총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 총재와 몇몇 전임 한은 총재들은 “툭하면 Fed하고 비교하던 기자들 어디 갔냐”고 호통치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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