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재정비 통해 경제 재건하면서...남-북 경협시대도 대비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11월이 지나고 12월이 됐다. 약 한 달만 있으면 새해다.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또 한 해가 고통스럽게 지나간다. 나라를 잘 못 경영해 소위 '외환위기 IMF 체제'라 불렸던 20여 년 전을 뒤돌아본다. 그 시절이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이 글을 쓴다. 지금의 우리 경제가 너무 어려워 다시 20여 년 전처럼 될 까봐 무서운 마음까지 들기에 이 글을 쓴다.

1997년 이맘때를 잊지 못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거래할 때 쓸 달러가 고갈돼 IMF(국제통화기금)에 머리를 조아리고 치욕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멀쩡한 은행들이 무너져 내렸고 5대 그룹 중 하나가 공중분해 됐다. 숱한 가장들은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나앉아야 했고 유학 갔던 학도들은 도중에 짐을 싸들고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지금도 여러 신흥국들이 IMF한테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처참했던 20여 년 전의 한국처럼 말이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를 쌓아올리기는 힘들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우리는 20년 전에 국가대란을 극복하고 용케도 일어났다. 금모으기 정신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쳤기에 가능했다. 20년 전엔 온갖 구조조정이 이뤄져도 나라를 구하는 마음으로 서로 양보하는 미덕이 있었다. 한국의 외환위기 동안 우리의 물건을 사주는 서방의 경제 상황도 괜찮았다. 우리의 물건을 얼마든지 사줄 나라들이 있었다. 한국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 '1997년 IMF 사태'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이 한국의 제조업을 흔들어 놓고 있고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한국의 수출품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일본은 역사의 죄인임에도 반성하는 기색조차 없이 한국을 깔보고 무시하려 한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적 환경이 20년 전보다 훨씬 더 험악해졌다.

하지만 20년 전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미국, 중국, 일본만이 아니다. 더 큰 위험은 내부에 있다. 경제 주체들 간 내부 분열이 심각하다. 양극화도 심각하다. 말로만 상생을 떠든다. 대기업들의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가계 빛도 크게 늘어 국민들은 빚갚는 데 정신이 없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일부 도시에선 집사기가 요원하다. 청년 일자리는 점점 더 사라진다. 자영업자들은 길거리로 나 앉는다. 젊은 남녀는 결혼을 꺼린다. 결혼해도 출산을 꺼리는 부부가 많다. 인구절벽이 걱정이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헌신하는 노력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20년 전엔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경제를 이끌었는데 요즘은 그 전문성도 과거만 못한 것 같다. 실력 또는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경제를 이끌다 망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커졌다. 이러다가 잘못되면 다시는 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도 든다. 20년 전에 이미 경제적 생지옥을 경험했는데도 우리 경제계는 사분오열 분열돼 있다.

전열을 가다듬자. 전열을 재정비하자. 다시는 20년 전의 생지옥으로는 가지 말도록 하자. 정부는 탕평 인사를 통해 유능한 인사를 기용해 줬으면 한다. 노동계도, 사용자도 서로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해 근시안적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근절해가며 실력 있는 중소·중견 기업들에게 양질의 일감이 몰리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여 그들 기업들로 하여금 탄탄한 사업을 키우게 하고 일자리를 늘리도록 했으면 좋겠다.

지금 정부는 대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하고 있다. 잘만 하면 남북이 경제적으로 크게 협력하는 시대가 올 것도 같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 경제 또한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경제도 잘 관리하고 남북관계도 잘 만들어 가면 그 언젠가 남과 북이 경제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해 우리를 깔보는 일본도, 우리를 괴롭히는 중국도, 우리가 압도할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오리라 생각한다. 그러자면 각 경제 주체가 대타협 해야 한다. 우리 경제를 잘 이끌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들이 중용되는 상황도 만들어져야 한다. 20년 전 상황을 생생히 목격한 기자로서 할 말이 아주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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