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배우 권해효.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최근 상영 중인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는 연기파 배우 권해효가 모처럼 높은 벼슬을 한자리 맡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한국은행 총장’으로 등장한다.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변변한 직업은 없어도 마음씨 좋은 삼촌 등의 이미지로 주로 등장했던 권해효다. 주로 의협심 많은 배역을 맡았던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소극적 인물로 나온다. 그러나 성격은 무난해서 김혜수와 조우진 등 주요 인물들의 충돌 순간에 완충역할을 한다.

그런데 직위가 좀 특이하다. 한국은행의 수장은 총장이 아닌 총재다. 한은에 총장이라는 직위는 없다. 한국은행이 워낙 대학원 같은 분위기의 직장이어서 총장이란 명칭이 아주 어색하지는 않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이렇게 이름이나 직위를 바꾸는 것은 실제 인물에 대한 평가와 전혀 다른 인물을 만들기 위한 경우가 많다.

당시 한국은행 총재는 이경식 총재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부분 장관급 이상 당국자들은 도의적인 면에서라도 국난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처지에다 이 전 총재는 한은 내부 사정도 겹쳐 한은 내에서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다. 1998년 한국은행법 개정에 따라 은행감독원을 내 준 총재로 간주됐다. 이래저래 한은 내에서 비난 여론이 높다보니 전임 총재로서 그의 초상화가 한참 시간이 지나서 걸리는 일도 있었다.

20대 총재로 1995년 8월 취임했으나 4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1998년 3월 사퇴했다. 19 명의 전임자들과 비교하면 길게 재임한 편에 속한다. 그만큼 한국은행 총재는 임기를 제대로 채운 사람이 드물었다.

이 전 총재는 외환위기와 별개인 격렬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명백히 그를 의미하는 인물이 등장하면 스토리 전개를 다른 쪽으로 분산시킬 소지도 안고 있었다. 총재가 총장이 된 이유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서 이경식 총재의 후임으로 취임한 사람이 고 전철환 총재다.

한은은 은행감독권을 잃었지만, 전철환 총재 시대 본격적으로 탄생한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최고권위 당국기관으로 지위를 확립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정하는 날마다 무수한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 정도로 국제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전 전 총재 이후의 달라진 모습이다.

한은 총재의 위상도 탄탄해져, 이후 박승 이성태 김중수 등 모든 후임 총재들이 4년 임기를 마쳤다. 이주열 현 총재는 임기를 한 차례 마친 후 올해 4월 연임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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