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소조선업체 대표 "키코는 투기상품, 부도 피하려 2010년 은행에 회사 넘겨"

▲ 문귀호 전 21세기조선 회장이 3일 국회 토론회에서 키코로 인한 조선업 피해사례를 전했다. /사진=임민희 기자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키코(KIKO·파생금융상품) 사태로 인해 조선업 피해만 약 4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귀호 전 21세기조선 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8 금융감독원 키코(KIKO·파생금융상품) 재조사 결과 및 피해기업 구제방안 대토론회'에서 조선업의 키코 피해실태를 중점 제기했다.

문 회장은 "한국 조선 중견기업의 2008~2009년도 1년 건조량이 약 19조5000억원이었는데 올해 기준 매출액은 4000억원 이하로 99% 급감했다"며 "그 원인은 키코 때문으로 STX조선, 성동조선 등도 키코 피해액을 메우기 위해 정부 공적자금이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업의 키코 피해액은 약 4조원에 달하고, 이로 인해 약 7만명이 실직을 했다"며 "저희 회사도 약 38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1998년 설립된 21세기조선은 2008년 기준 연간매출액이 5198억원, 종업원수(사내협력업체 포함) 2051명을 보유한 중소기업으로, 13K 케미칼 기준 연간 16~18척을 생산했다. 하지만 키코 사태 등으로 인해 2010년 5월 부도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주식 100%를 금융권에 양수양도하고 한국을 떠났다.

문 회장은 "키코는 헤징(Hedging)이 아니고 명백한 투기상품"이라며 "저희 회사의 키코 계약을 보면 이사회의 결의서나 의사결정 품의서도 없고 부장서명만 있어도 은행에서 키코 계약이라고 간주해서 돈을 다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이 1만3000톤 케미칼 탱크를 2007년 20척 이상 계약해 한척당 선가가 2600만달러였으나 2008~2009년 국제선가가 500만달러 가량 떨어졌다"며 "선박계약서를 보면 선가하락 등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되면 선주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었지만 당시 은행들은 소송을 하거나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경우 바로 회사를 부도내겠다고 협박해 소송을 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 및 납품 하청업체는 채권동결 및 연쇄부도 되고 지급보증한 은행은 기입금된 계약금과 기성금 및 이자 등을 대위변제 해줘야한다. 당시 21세기조선의 경우 수주잔량이 1조2000억원 남아있었고,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 발행어음이 3100억원 가량이었다.

문 회장은 "삼호조선 등 문을 닫은 한국의 중소조선소들 대부분이 같은 상황이었다"며 "당시 중소조선소의 연간매출액이 9조5000억원이었는데 키코로 인한 피해액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당시 금감원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를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 은행들이 국내 전 중소조선소에 선수금 환급보증(RG)을 중지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문 회장은 "키코 사태로 조선소가 지급불능 상태가 되자 은행들은 지급보증을 올스톱했다"며 "은행이 조선소에 와서 제일 먼저 한일은 영업직원들을 자르고 연구직과 일부 생산직도 없앤 결과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 회장은 금융권의 RG발급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 산하 RG발급 및 사업성 검토를 위한 컨설팅 태스코포스(TF) 신설 ▲산업은행 컨설팅 사업실 활성화 ▲중소조선소 RG발급에 따른 정책 자금 확보(대손충당금)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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