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정식 보도자료가 아닌 조사보고서 첫 페이지 맨 밑에는 노란 띠를 두른 안내문이 있다. 자료 내용은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 집필자 개인 견해라는 것이다.

 
안내문만 봐서는 가끔가다 한국은행 직원이 중앙은행의 공식적 견해와 전혀 반대되는 의견을 ‘BOK 이슈노트’라는 한국은행의 ‘공식’ 간행물에 수록하고 한은은 공식 견해에 어긋나지만 인쇄비를 지출해 주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김중수 한은 총재가 어느 날 갑자기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확률과 같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최인방 박창현 과장은 27일자 ‘BOK 이슈노트’에 수록된 ‘국내 건설업의 구조적 발전단계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이란 보고서를 통해 ‘건설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직면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금융지원 등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는 ‘개인 견해’를 강조했다.
 
중앙은행이 통상적으로 부실 발생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며 방어적 입장으로 일관하는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 보고서가 왜 ‘개인 견해’로써 ‘공식’간행물에 수록됐는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보고서 내용은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에 호통치고 있는 내용과도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김석동 위원장은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선문답식 표현까지 구사하며 “은행이 지원을 아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설사가 어려워지고 은행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양대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정책당국의 완전 조화라고 박수를 쳐주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원회와 중앙은행은 전혀 다른 본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번영을 촉진하는 성장엔진과 그 과정에서의 부실을 단속하는 안정시스템의 조화가 필요하다. 축구 경기에서 수비수까지 전부 골문을 비우고 상대 진영으로 몰려가 있는 전술을 가지고 월드컵 우승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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