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원조 덩샤오핑과 오랜 갈등 관계 장쩌민은 "사회주의적 현대화 이뤘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중국이 개혁개방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1978년은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이 사망한 지 2년 후다. 마오쩌둥의 문화혁명 체제를 유지하려 했던 그의 부인 장칭 등 4인방은 마오쩌둥 사망 한 달 만에 체포돼 실각했다.

중국이 올해 개혁개방 40주년으로 기념하고 있는 1978년 12월의 중국 주석은 덩샤오핑이 아니다. 마오 사후 잠시 집권했던 화궈펑이다.

1978년 12월에 담긴 역사적 의미는 덩샤오핑이 중국공산당의 당권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통치 국가인 중국에서 이는 실질적 집권의 시작을 의미한다.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은 사실상 덩샤오핑 당권 장악 40주년 기념이다.

그렇다고 개혁개방의 의미가 크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개방에서 덩샤오핑의 의미는 절대적이다.

일찍부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는 고양이면 된다”며 실용주의적 노선을 드러낸 그는 문혁체제에서 기나긴 탄압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덩샤오핑이 집권하면서 중국은 미국 등 서방과의 우호를 대폭 강화했다. 소련에 대항하는 미국과 중국의 우호는 동맹국으로도 볼 정도였다.

대표적인 장면은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다. 소련 등 동구권 국가들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불참(한국도 불참했다)에 대한 보복으로 LA올림픽을 보이콧했다. 동유럽 공산권 국가 가운데 비동맹 성향이 강했던 유고슬라비아와 루마니아만 참가했다. 두 나라는 1980 모스크바 올림픽에도 참가했었다.

LA올림픽의 또 하나 공산권 참가국이 중국이었다. 중국의 사상 첫 하계올림픽 참가로 일약 종합4위 성적을 올렸다. 중국은 1980년 모스크바부터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처럼 이를 거부하고 1984년 LA에 참가했다. 미국의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에 못지않은 확실한 친미 노선을 표명했던 것이다.

문혁타파, 친서방, 이념탈피와 실용주의 노선 속에 중국 경제가 지난 40년을 달려왔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시진핑 주석은 18일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전임 주석들에 대해 언급했다. 국내 언론에 따르면, 마오쩌둥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임자들을 거론하고 이들을 ‘주요 대표’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이 전하는 내용은 전임자들에 대한 차별화된 온도가 감지된다.

이들 외신은 시진핑 주석이 덩샤오핑과 장쩌민 전 주석이 “사회주의적 현대화를 실현했다”고 언급한 것으로만 전하고 있다.

모든 전임자를 언급했으되, 의미 있는 평가는 덩샤오핑과 장쩌민에 집중됐다.

덩샤오핑 집권 40주년 기념일이니 그에 대한 언급은 당연하다.

장쩌민 전 주석이 힘주어 언급된 것은 그동안 중국 내 소식을 많이 접한 사람들에게 이색적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과 비교해서도 주목된다. 장 전 주석은 시진핑 주석과 오랜 갈등관계를 빚어온 상하이 출신 정치인들의 수장으로 간주된다. 간혹 장 전 주석이 구속됐거나 연금됐다는 미확인소문이 떠도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동아시아 시사전문가인 방세현 시사정책연구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장 전 주석에 대한 언급을 반대세력에 대한 화해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상하이 출신들은 중국의 금융계 등에서 엄청난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이 일당통치 국가이지만, 상하이 정치인들이 사실상 야당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고 밝혔다. 방 소장은 “이들의 수장인 장쩌민 전 주석을 언급함으로써 화해 신호를 보내고 중국 내부 상황을 정돈하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 전 주석에 대한 언급이 장 전 주석에 못 미치는데 대해서 방 소장은 “우선 후진타오 전 주석이 주목할 만한 세력을 만든 사람도 아닐뿐더러, 그를 마저 언급했다면 장 전 주석의 업적을 평가한 것이 상당히 형식적인 것으로 축소됐을 것”으로 풀이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내부적으로는 사회주의를, 대외적으로는 다자무역체제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방어적 국방정책을 유지하면서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방세현 소장은 “일대일로에 대해서는 명분을 강조하는 선에 그쳤지만,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국굴기’에 대해 최소한 ‘톤다운’한다는 신호를 미국 등에 보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과 극심한 무역 갈등을 겪다가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90일 휴전에 합의한 후, 기존의 충돌불사 태세에서 후퇴한다는 것이다.

방세현 소장은 “시진핑 주석이 이 같은 후퇴 발표를 하기에는 개혁개방 기념식이 최적의 기회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회나 전인대 같은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하면 완전히 ‘백기투항’한 것처럼 되고 중국내 거센 반발을 초래했겠지만, 개혁개방을 기념하는 자리에서는 좀 더 많은 운신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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