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와인시장 활기 옛말...향후 소비세 인상도 변수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일본 주류시장에서 와인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최근 1년 중 가장 와인 수요가 늘어나는 크리스마스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1병당 1500엔 이상 가격의 와인시장은 견고한 반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해 온 저가 와인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일본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가 특집기사로 다뤘다.

최근 일본의 일부 와인 수입업체와 소매상들 사이에서는 최근 몇 년간은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원래 일본의 와인 시장은 "1500엔 이상 중간 가격대 이상의 와인을 한 주에 몇 차례 마시는 애음가에 의해 지지돼왔던 시장"(영국 조사회사 유로 모니터의 애널리스트 우츠노미야 아카리)이며 1980년대 보졸레 누보 붐과 1990년대 폴리페놀의 건강효과로 적포도주가 붐이 된 이후 애음가가 정착하면서 성장해 왔다고 이 매체는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 현재 수입 와인이 일본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것이 칠레산 와인이다. 2015년 프랑스산을 제친 이후 2018년까지 4년 연속 1위로, 그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칠레산 와인 열풍은 2007년 일본과 칠레가 EPA(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하면서 수입관세가 낮아진 것이 계기가 됐다. 특히 인기를 끈 것이 '알파카' '산타' '푸두' 등 대형 수입업체 동물브랜드 라벨 상품이다.

1병 600엔 전후의 가격대가 리먼 쇼크 이후의 절약분위기 지향으로 퍼진 '가정 내 음주' 수요를 자극했다고 일본 수입와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 매체에 밝혔다.

생산자가격 상승 등으로 2013년에는 많은 종목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졌지만 2014년 이후 대기업들은 병이 아닌 대용량 벌크로 수입한 칠레 와인으로 일본 국내에서 병당 500엔 미만의 와인 수요를 맞춰온 것이다.

이런 저가 가격대의 칠레 와인이 수많은 '라이트 사용자'를 끌어들이면서 일본산과 수입을 합친 와인 시장 자체는 2015년 3억7900만 ℓ(리터)로 5년 만에 1.4배로 커졌다.

▲ 사진=뉴시스

이러한 일과성 열풍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장의 정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저변이 넓어지긴 했지만 저가 와인에 쏠린 압도적 대다수의 소비자는 시장에 정착하지 못했다고 와인 업계는 지적한다.

"저가격 와인을 단지 ‘저가 알코올 음료’라고 생각하고 있던 층이, 보다 더 염가인 주류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이 매체를 통해 한 중소 수입업자는 진단했다.

그 선봉에는 하이볼이나 칵테일을 포함한 캔 츄하이(소주에 약간의 탄산과 과즙을 넣은 주류 음료)가 있다. 맛의 종류가 풍부하고, 가격도 적당하며, 마시기도 쉽다. 어느 대형주류점의 한 관계자는 "구매 데이터를 보면, 분명히 츄하이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 매체에 피력했다.

일본 와인시장의 최대기업인 기린홀딩스 자회사 '메르샨(Mercian)'의 2017년의 판매수량은 712만 케이스로 2010년에 비해 약 30% 신장하고 있는 한편, 매출액은 하락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2016년도에 회계기준을 변경했기에 단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2017년도의 매출액은 653억엔으로 2010년 대비 20% 정도 축소됐다. "500엔 정도의 단가가 싼 상품에 수요가 떨어져 나간 것이 요인"이라고 기린 홀딩스는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메르샨은 올들어 1000엔 이상 가격대의 라인 업을 확충해 중고(中高) 가격대 와인의 판매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오노 테루유키 사장은 "어쨌든 저가격화에 제동을 걸고 싶다"며 위기감을 내비쳤다.

업계는 최근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 와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 와인은 모두 일본산 원료를 사용해 일본 국내에서 가공된 것으로, 수입 와인을 국내에서 가공한 와인과 구별된다. 지방의 토지 성분과 특성에 따라 다른 개성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단지, 일본 와인은 시장의 몇 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원료가 되는 일본산 포도 공급량 자체도 적으며 최근 몇 년간 대형 업체들이 일본 각지에 포도밭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포도밭 만들기부터 시작해 품질이 안정된 와인을 일정량 제조할 수 있게 되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2019년 2월에는 일본과 유럽 EPA의 발효로 유럽산 와인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프랑스나 스페인산 와인 등에서 가격 인하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판매는 늘어나겠지만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수입업자들의 의견도 있어 평가는 엇갈린다.

관세가 철폐돼도 2019년 10월에는 소비세 증세를 앞두고 있다. 기호품인 주류는 경감세율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세법 개정에 의해서 2020년부터 2026년에 걸쳐 와인은 720 ml 1병당 14엔 증세된다.

얼마 안되는 액수이지만 업계에서는 2003년에 행해진 병당 10엔의 증세를 계기로 수년간 시장의 매출하락이 계속된 아픈 기억도 있다. 한편으로, 소비자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경쟁상품인 츄하이는 2026년까지 세액은 동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호소력이 아닌, 와인 그 자체의 매력을 전달했어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윽한 와인세상에서 소비자들이 찾는 것은 결코 가격이 싸다는 점만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 매체에 제시했다.

시장에서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에게 와인 매력을 전달해 주고자 하는 초심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