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부 불확실성부터 제거하며 전열 재정비 통한 리스크 대응 중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금융시장이나 경제계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불확실성’이란 단어다. 지금 글로벌 시장과 경제가 바로 그런 형국에 휩싸여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경계한다. 국경장벽 예산 관련 셧다운(정부 기능 일부 임시 폐쇄)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미국 연준이 최근 금리인상을 강행하자 파월 연준 의장 해임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국방장관은 트럼프 정책에 쓴 소리를 했다 해서 조기 해임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최근의 미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연준의 금리인상 보다도, 미-중 무역전쟁 보다도,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의 정치가 시장과 경제에서 최우선 리스크로 떠올랐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는 뉴욕 월가와 국제 유가를 요동치게 하고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 증시까지 출렁거리게 한다. 신흥국 시장이 흔들리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위험자산 기피 심리를 확산시키면서 전 세계 경제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미국 의존도가 큰 한국의 경제계도 걱정으로 가득하다.

물론 최근 세계 증시가 위축되고 향후 글로벌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데는 트럼프 리스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앞 다퉈 돈을 살포하면서 버블을 양산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 각국 중앙은행은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정상화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엄청나게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경제와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발 불확실성은 글로벌 경제와 시장을 소프트랜딩 시키는 대신 격하게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버블 소멸이 서서히 진행되도록 해야 함에도 트럼프 리스크는 시장과 경제의 앞날을 어디로 향하게 할지 모르는 형국으로 격하게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는 전 세계 경제와 시장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지속은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다른 신흥국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좌불안석이다. 종국에는 미국 경제까지 부메랑을 맞을 것이란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결코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벌써부터 재선을 위해 움직이려 하고 있다. 그에게 방해가 되는 것에 대해선 과격 대응에 나설 소지도 있다. 중간선거에서 선전한 미국 민주당의 대응도 거칠어질 것이다.

각국이 비상이다. 유럽에서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유로존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올 연말 양적완화(무제한 돈풀기식 경기부양책) 종료에 따른 충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일본 중앙은행도 언젠가는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야 하는데 그게 걱정일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지율이 떨어질 때 마다 이런저런 노이즈를 만들어 낸다.

중국의 고민도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부채구조조정을 더 지속시켜야 할 상황인데도 트럼프 리스크에 가장 적극 대응해야 할 처지에 있다.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강대강 대결’과 ‘실리적 모색’이 병존하면서 여러 변동성에 휩싸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국도 다급해졌다. 미국으로부터는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해야 한다. 중국 등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속에 수출 기업들의 앞날도 ‘불안 가득’이다. 국내에선 차기 총선 일정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격한 대결’도 예상된다. 한계상황에 직면한 가계부채 문제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 부동산 과열도 소프트랜딩으로 이끌어야 할 텐데 그게 걱정이다. 사라져가고 있는 일자리대책도 세워 나가야 한다. 핵심 산업의 경쟁력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 산업도 일으켜야 한다.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차분해지자. 우왕좌왕 말자. 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방향감각 상실’이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듯한 대책’은 금물이다. 한국에서 만들어 내는 정책만이라도 ‘불확실성’이 없도록 하자. 잘못된 정책이 있으면 서둘러 바로 잡으면서 경제계가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

글로벌 경제 모두가 위기다. 비상사태다. 그럼에도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을 둘러싼 사방과 한국 내부엔 변동성으로 가득하다. 다만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우리 국민 모두 힘을 모으자. 재계에선 노사대결 대신 노사합심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 사이에선 갑질이 없어지고 진정한 상생이 부각돼야 한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불확실성 제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는 단기정책만 남발하지 말고 중기정책, 장기비전도 함께 세우면서 나라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 예산(국민세금)에만 의존하는 임시정책 만으로 해결될 우리의 경제위기가 아니다. 기업들이 앞을 향해 걱정없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정책 전열 정비가 시급하다. 많은 경제 전문가와 소통하면서 정책을 이끌었으면 한다.

이쯤 해서 지난 1990년대 말 한국이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일도 상기하자. 많은 경제주체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았다. 위기는 또 다른 힘을 만들어 냈던 시기다. 과거의 경험을 버리지 말고 새로운 위기 극복에 지혜로 삼도록 하자. 당시의 정부는 각 부처에 많은 권한을 줬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지혜도 보였다. 정부와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이견을 조율했다. 밤을 지새우며 근무하는 공무원도 많았다. 여러 경제주체들이 한마음으로 위기 탈출을 모색했다. 그러면서 다시 일어섰다. 내년에도 그런 지혜가 발휘되도록 하자. 우리 내부의 이견이나 불확실성 부터 없애야 대외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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